첫 소설집 낸 ‘5월 작가’ 전용호씨 문학들 제공
격랑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왔던 60대 문화운동가가 첫 소설집을 펴냈다. 광주의 작가 전용호(61)씨가 최근 5·18민중항쟁의 기억을 담은 작품을 모아 소설집 <오리발 참전기>(문학들)를 출간했다.
이 소설집에는 중편과 단편 등 8편이 실렸다. 제목은 배경인 5·18을 암시하는 동시에 전두환 신군부의 뻔뻔한 발뺌과 전라도 출신 계엄군의 억울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수록한 소설 가운데 표제작을 비롯해 ‘물안개’, ‘사이렌 소리’, ‘마지막 새벽’ 등 네 편은 군인·학생 등 다양한 화자의 시각으로 5·18의 주요 장면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오리발 참전기’는 전남 보성 출신 계엄군 장교가 진압작전에 투입되어 활약한 공로로 표창장을 탔지만 ‘광주청문회’를 본 뒤 이를 찢어버리는 줄거리다. ‘마지막 새벽’은 5·18 때 <투사회보>를 만들던 대학생이 계엄군 진입 직전 전남도청에서 맞은 운명의 밤을 숨막히게 그리고 있다.
소설집은 처음이지만 그는 이미 ‘5·18’에 대한 첫 기록집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공동저자로 ‘만해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으로 바쁜 틈에도 윤상원 열사의 기록 <미완의 일기>, 정신적 피해자들의 수기 <부서진 풍경>, 김영철 열사 유고집 <이루지 못한 꿈>을 집필하는 등 5·18을 꾸준하게 증언해 왔다.
“작가로서 20년을 매듭지은 기분이다. 탈고한 뒤 삶을 지탱해준 고 신영일, 고 윤상원, 고 김영철, 고 노금노 등 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단계를 지났으니 앞으로 글쓰기에 매진하겠다.”
전용호 작가 소설집 <오리발 참전기>의 표지. 문학들 제공
그는 “일년에 장편소설 한편씩은 쓰겠다. 1970년대 광주의 민주화운동 과정을 바탕으로 5·18 이전의 역사를 5권 분량의 대하소설로 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1978년 전남대 신입생 때 탈춤반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회현실에 눈을 떠 광천동 들불야학의 강학으로 활동했다. 5·18 때는 시민투쟁위원회 홍보팀으로 <투사회보>를 만들어 뿌리다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수배됐다 결국 계엄당국에 붙잡혀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형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났다. 이후 1982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삽입된 노래극 <넋풀이굿-빛의 결혼식> 제작에 참여하는 등 민중문화운동에 헌신했다. 1985년 황석영·이재의씨 등과 함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초판을 발간했고, 2017년 증보판을 만들었다. 문학도를 꿈꿨던 그는 1988년 <광주매일> 신춘문예에서 소설 ‘물안개’가 당선하면서 늦깎이로 등단해 창작동화 <천개의 소원> 등을 펴내기도 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