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이 2017년 11월 암매장 추정지인 옛 광주교도소 담장 밖에서 발굴을 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광주광역시 옛 광주교도소 터에서 분묘 개장 작업 도중 주검 40여구가 발굴됐다.
법무부는 20일 “광주시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안 북동쪽 무연고자 묘지를 개장하다 신원 미상의 주검 40여구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무연고자 묘지는 교도소 안에서 사망했으나 연고가 없는 사람의 분묘로, 광주교도소에서 관리 중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주검은 무연분묘 명단에 없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확인한 김오수 법무부 장관 대행은 “관리 중인 분묘는 개인묘 50기, 합장묘 2기(41명과 20명)이었는데 합장묘의 4각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주검 40기가 흩어진 상태로 추가 발굴됐다”고 밝혔다.
발굴 장소는 법무부가 솔로몬 로(law)파크를 조성 중인 옛 광주교도소 터 10만6771㎡ 안의 무연고자 공동묘지 일원이다. 이곳은 광주교도소가 48년 전 동명동에서 문흥동으로 이전해 올 때 함께 옮겨 왔고, 이후 교도소 안에서 숨진 가족 없는 주검들이 추가로 안장됐다. 무연고자 묘지의 개장은 지난 16~19일 이뤄졌다. 발굴한 주검들은 국군 함평병원에 안치됐다.
법무부는 5·18 암매장이 의심되는 민감한 장소에서 주검이 무더기로 나오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추가로 발굴한 40구의 사망 시기를 추정하고 유전자(DNA) 정보를 이용해 5·18 관련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5·18기념재단이 지난해 1월 암매장 추정지인 옛 광주교도소 북쪽 테니스장에서 굴착기를 동원해 발굴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는 주검 상태나 발굴 장소 등으로 미뤄 5·18과의 관련성이 낮아 보인다는 반응이다. 5·18재단은 “2년 전 교도소의 암매장 추정지를 발굴할 때도 공동묘지는 대상에서 빠졌다. 발굴한 주검 대부분이 40년 이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될 만큼 형해화한 상태고, 암매장 추정자 16~17구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예단하기 이르다.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조진태 5·18재단 상임이사는 “봉분을 쓰는 암매장이 있을까 싶다. 우선 발굴 현장을 자세히 확인하고, 5·18 관련성을 따져보겠다. 행방불명자는 유전자 정보를 이미 갖고 있는 만큼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지금으로서는 5·18 희생자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5·18 당시 광주교도소 안팎에는 3공수여단 장교 265명과 사병 1261명이 주둔했다. 이들은 같은 해 5월21~22일 담양 쪽으로 가는 차량 등에 3차례 총격을 가해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했다. 5월단체는 군 기록을 통해 당시 민간인 희생자를 27~28명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5·18 직후 매장된 상태로 11구만 발견돼, 16~17구는 암매장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말~2018년 초 암매장 추정지로 지목된 북쪽 담장과 테니스장 부근을 땅속탐사레이더(GPR)로 확인했으나 주검을 찾지 못했다.
광주교도소는 1908년 동구 동명동에 광주감옥으로 문을 열었고, 1971년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했다. 이어 2015년 10월 시설이 낡고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북구 삼각동으로 다시 옮겨갔다. 문흥동 시설은 1998년 5·18사적 22호로 지정됐고, 법무부에서 인권과 민주를 기조로 공원을 조성 중이다.
안관옥 최우리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