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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노동계 제안한 작업복 공동 세탁소 건립…경남서 첫 실현, 왜?

등록 2019-06-18 14:18수정 2019-06-18 21:15

7월 김해시에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건립
광주시 용역 발주 사이 경남도 공동 협업 나서
유해물질과 기름·분진이 묻은 두꺼운 작업복은 세탁소에서 맡아주질 않는 경우가 많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제공
유해물질과 기름·분진이 묻은 두꺼운 작업복은 세탁소에서 맡아주질 않는 경우가 많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제공
광주 노동계가 제안한 작업복 공동 세탁소가 경남도에 처음으로 들어선다. 광주광역시가 이를 도입하기 앞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에 매달려 있는 것과 달리, 경남도는 공동 협업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작업복 공동 세탁소 건립 방안을 마련했다.

경남도는 오는 7월 김해시에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세운다.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 지방정부가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설치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대기업 공장에는 작업복 세탁소가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사업장에선 작업복 세탁은 노동자 부담이다. 유해물질과 기름·분진이 묻은 작업복은 세탁소에서 받지 않기 때문에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은 집에서 직접 작업복을 세탁해왔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정부가 나선 것이다. 공동세탁소 건립 예산 6억 6300만원 가운데 시설비 1억1000만원은 경남도와 김해시가 절반씩 부담한다. 국비로 인건비를 지급받는 자활센터가 공동세탁소 운영을 맡아 비용도 절감한다. 경남도는 향후 공동세탁소를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노동자 작업복 공동 세탁소 아이디어는 지난해 광주에서 처음 나왔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노동자들이 종이가방에 작업복을 넣은 채 건강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공동세탁소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11월 광주 광산구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하남·소촌·소촌농공·평동·진곡산단 업체 109곳 중 63곳(57.8%)의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집에서 세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건립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건립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지난 해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광주광역시장 후보들은 노동계가 제안한 작업복 공동세탁소 건립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도 지난 해 4월30일 “하남산단 뿐만 아니라 광주지역 모든 산단을 대상으로 한 작업복 세탁소가 건립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작업복 세탁소 건립이 타당한 지를 조사하는 용역을 발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4월 관련 용역비 4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절반을 깎아 통과시키는 등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선 “광주시가 차려진 밥상도 챙겨 먹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남도가 이 사안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도 신설 부서인 사회혁진추진단이 도 관련 실무 부서들과 협업의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세탁업 경남지회와 간담회를 열어 공동세탁소 사업 범위를 유해·분진 등이 발생하는 작업복 세탁에 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노동계가 사회연대기금으로 세탁물 수거 차량을 제공하기로 하고, 경영자총협회와 상공회의소는 공동세탁소 이용에 협력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창원·진주시?함안군 등지에서 작업복 공동세탁소 수요조사를 할 계획이다.

광주시의원 등을 지낸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
광주시의원 등을 지낸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
경남도와 달리 광주의 작업복 공동세탁소 건립 여부는 내년께나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노동협력관실 쪽은 “8월 중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올 2회 추경이나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건립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의원과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장 등을 역임한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타당성 조사 용역를 먼저 하는 게 행정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엔 관련 부서들과 공동 협업을 통해 이 사안을 노노, 노사, 지역의 공동과제로 설정한 뒤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간담회를 통해 대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대하 최상원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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