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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건설 지하방공호, 흙더미에 묻혀간다”

등록 2023-10-16 17:01수정 2023-10-16 17:29

학술조사 내년 예산 확보해야 시작…관리 대책 있어야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에 있는 일제강점기 방공호 내부 모습.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에 있는 일제강점기 방공호 내부 모습.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광주지역에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방공호가 토사 유출 등으로 훼손돼 보존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은 16일 “최근 광주시 서구 쌍촌동 5·18역사공원(옛 505보안대) 인근 일제 동굴 1곳이 침수로 인해 내부에 토사가 쌓이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했다. 2021년 5월 동굴이 발견된 뒤 수차례 현장 내부를 살펴봤지만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민모임이 공개한 동굴 내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 있고 지상으로 연결된 환풍구는 흙이 쌓여 막혀 있었다. 동굴 바닥은 토사가 흐른 흔적과 함께 물기가 마르지 않아 진창이었다. 외부로 통하는 통로도 토사로 막혀 있었고 당장에라도 흙더미가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시민모임은 최근 건조한 가을 날씨가 이어졌지만, 여름 장마 때 유입된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발을 내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이런 상태가 앞으로 지속한다면 건물 구조물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부식 등 현장 훼손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보존과 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동굴은 일제강점기 광주에서 비행장을 운영한 일본군이 유사시 군 지휘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콘크리트 방공호 중 하나로 추정된다. 광주시는 내년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학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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