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전북도지사가 14일 오후 잼버리 대회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내 탓 네 탓 공방할 일이 아니다. 행정 책임이란 건 단순하다. 최종 결제권자, 마지막에 도장 찍은 사람이 누군지만 보면 된다.”(이재원 부경대 교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운영과 관련한 집권여당의 책임 떠넘기기가 점입가경이다. 여성가족부가 주축인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사업 계획과 집행의 최종 결정권한을 갖는다는 게 ‘잼버리 특별법’에 명기돼 있음에도, 정부로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려고 개최지인 전라북도에 준비 부족과 관리 부실의 책임을 떠넘기려 무리수를 두는 모습이다. 여당이 생산하고 일부 보수언론이 유포하는 ‘지방정부 책임론’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본다.
■ 미매립 갯벌을 영지로 정한 건 전북도
‘원죄’ 전북도의 일차적 책임은 행사를 잘 치를 목적보다 지지부진한 새만금 사업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 잼버리 유치에 나선 것이다. 실제 성과도 거뒀다. 새만금 청사진에는 있었어도 사업성이 희박해 착수가 불투명하던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잼버리를 잘 치르기 위해 공항 건설이 시급하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의 압력에 밀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책임은 매립이 안 된 갯벌을 대회 야영지로 정한 것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4일 회견에서 “상수도와 도로 건설 여건 등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지만, 매립한 지 오래돼 안정화된 간척 부지를 놔두고 갯벌을 새로 메워 야영 부지를 마련하려고 한 건 행사보다 갯벌 매립 자체가 주목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지 매립 공사는 2017년 12월에 매립 승인이 됐지만, 설계 및 총사업비 확정이 늦어져 착공이 지연되면서 인프라 공사와 침수 대책 마련이 촉박하게 이뤄지는 원인이 됐다.
다만 새만금에 잼버리 대회장을 마련하게 된 책임에선 2015년 강원도 고성 대신 새만금을 유치 후보지로 확정한 한국스카우트연맹, 2017년 새만금 유치 운동을 정부 차원에서 벌이기로 결정한 박근혜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 조직위에 지방공무원이 많으니 지자체 책임?
6개 본부, 115명으로 구성된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71명이 공무원, 44명이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공무원 71명 중에선 중앙부처 소속이 18명, 전북도 등 지자체 소속이 53명이다. 하지만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라도 파견을 나온 이상 조직위 사무총장과 조직위원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최종 책임은 조직위 사무총장과 조직위원장 몫이라는 뜻이다. 신현기 가톨릭대 교수는 “조직위 인적 구성 분포를 놓고 지자체 책임이라고 하는 건 우스운 거다. 잼버리 특별법에도 책임 주체는 여가부 장관이 주도하는 조직위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소속을 들어 행사 행정 실패의 책임을 원소속기구에 돌리는 건 난센스라는 얘기다.
다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화장실·샤워실 등의 설치 운영을 맡은 시설본부가 본부장부터 직원까지 10명 전원이 지자체 소속이란 점을 문제 삼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설치·운영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결제한 것은 사무총장과 조직위원장이란 점에서 최종 책임은 조직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전북도는 조직위에 지방공무원이 늘어난 것도 지자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 전문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은 조직위 쪽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 지역업체에 일감 준 게 이권 카르텔?
규모가 작은 전북 지역 기업들이 시설·운영 관련 사업을 유치한 것을 두고 ‘이권 카르텔’로 몰아가는 여당의 행태에 대해서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조직위가 지역 기업에 일감을 주게 된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것도 아닌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재원 부경대 교수는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에서 지역기업들에 일감을 주는 것은 지역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목적도 있다. 일감을 주는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보면 되는데, 그것도 없이 자격 없는 업체에 몰아준 것처럼 몰아가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역에서 규모가 큰 국제 행사를 유치하려는 목적 중에는 방문객 증대에 따른 지역경기 부양 효과 외에 시설·콘텐츠 운영에 지역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만들려는 것도 있다.
도급 순위 등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문제 삼아 일감 수주에 부정이 있었던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