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환경생태단지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기념숲 식재 행사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스카우트 대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의 비난도 부담이지만, 대회 끝난 뒤가 더 걱정이다. 지금 정부 분위기를 봐선 감사원 감사에다 검찰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8일 전북 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 프레스센터 주변에서 만난 한 전북도청 직원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대회를 유치했는데 안 한 것만 못해졌다는 한탄이었다.
전북도청 직원들은 이날도 전북 지역에 머무르는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박지 확보와 프로그램 관리를 위해 종일 분주했다. 새만금 야영지 주변에서 만난 직원들 대부분은 최근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잼버리 행사가 대회 초반 폭염과 배수, 위생 문제 등으로 파행을 겪자, 여론은 여름철 야영에 부적합한 매립 간척지에 대회를 유치하고, 기반 시설도 부실하게 조성한 전라북도에 집중됐다. 도로·공항 등 인프라 구축이 지지부진한 새만금 개발 사업에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잼버리를 활용하려 했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었다.
어렵게 대화를 나눈 6급 실무직원은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행사가 큰 차질을 빚었으니, 정부와 조직위, 지자체가 혼나야 하는 건 당연하다. 고생한 사람들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고 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아직 행사가 진행 중이다. 전북에 체류하는 인원이 남은 일정 잘 마무리하도록 지원하는게 우선이다. 혼나고 지적받는 건 그다음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외유성 잼버리 출장’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전라북도 고위 관계자는 “출장 목적에 ‘잼버리’가 들어간 해외 출장은 54차례 있었는데, 44번은 개최지 결정 전 유치활동을 돕기 위해 다녀온 것이고, 10차례는 유치 확정 뒤 벤치마킹을 위해 전라북도 예산으로 다녀온 것으로 확인했다. 외유성인지 아닌지는 지금은 확인할 수 없고, 감사가 필요하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영상 테마파크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이 5일 전북 김제시 벽골제에서 진행된 지역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통혼례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행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뒤에 하더라도 늦지 않다. 지금은 행사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대회 집행위원장으로서 행사 파행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 만큼 대국민사과와 내부 징계 등 강도 높은 수습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행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지역 시민단체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어찌 됐든 스카우트 대원들의 조기 퇴영이 이뤄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보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엄중한 평가와 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전라북도가 잘못한 것은 맞다. 다만 평가는 대회가 마무리된 뒤에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임근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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