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광주에서 아파트 공사 중 낙하물에 깔려 숨진 노동자가 사고 발생 두 시간 동안 방치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와 유족이 6일 공개한 119구급활동일지, 담당 노무사가 정리한 사고 경위 자료를 보면 건설용 승강기 설치 하청노동자 마아무개(58)씨는 지난달 11일 일요일 아침 7시께 광주 남구 봉선동 한국아델리움더펜트57 건설현장에 처음 출근했다.
마씨는 한국건설 하청업체인 ㅊ업체의 지시를 받아 혼자 건설용 승강기 자동제어장치 설비작업을 하던 중 오후 1시30분께(추정) 2m 높이에서 추락한 승강기에 깔렸다. 두 시간 뒤인 오후 3시30분께 현장안전관리자가 사고를 당한 마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119구조대는 오후 3시50분께 마씨를 구조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 등 노동단체 회원들과 산재사망 노동자 유족이 6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업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 제공
노동단체와 유족은 사고 당일 관리자들이 현장에 없었고 2인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족은 한국건설 임직원이 사고 직후 장례비 지원 등을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한 달을 앞두고 있지만 마씨가 두 시간 동안 방치한 정황과 기계결함 여부 등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유족은 6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16개 노동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하청노동자가 숨졌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사고 한 달이 됐지만 한국건설은 사고원인을 밝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이번 사고를 개인의 문제로만 간주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관할 고용노동청과 산업안전공단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2t 쇳덩이 밑에 2시간 방치된 노동자의 죽음에 유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건설을 특별근로감독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남부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현장소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 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마씨를 숨지게 한 혐의다. 11일 고용노동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2차 현장 감식을 벌여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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