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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철거한 동학농민혁명 유적 ‘고부관아’ 복원한다

등록 2023-05-28 14:04수정 2023-05-28 14:20

전북 정읍시의 고부관아터 현황. 정읍시 제공
전북 정읍시의 고부관아터 현황. 정읍시 제공

“호남의 백성들이 소란을 일으킨 것이 처음에는 (전라도) 고부에서 시작되어 점차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통탄하지 않겠는가? 마땅히 한 번 구핵(깊이 살핌)해야 하니 전 군수 조병갑을 의금부에서 도사(의금부 관리)를 파견해 구격(체포)하여 잡아오게 하라.”(〈고종실록〉 31권, 고종 31년 4월18일 중)

전북 정읍시가 동학농민혁명의 유적지인 고부관아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정읍시 고부면에 있는 고부관아는 1894년 탐관오리의 횡포에 반발한 고부 농민들의 봉기가 일어났던 역사적 장소이다.

고부관아터 흔적 분포 현황. 정읍시 제공
고부관아터 흔적 분포 현황. 정읍시 제공

일제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이란 명분으로 동학농민혁명의 발원지인 (전라감영 산하) 고부군을 해체했다. 1938년에는 남아있던 고부관아 건물마저 모두 철거했다. 현재 그 터에는 고부초등학교가 있는데, 운동장 한쪽에 관아건물의 일부로 추정되는 초석·기단석과 정읍시에서 세운 고지도판만 있을 뿐, 그 밖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복원 장소가 될 고부초등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34명으로, 고부중학교(14명)와 함께 통합 이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조광환 동학역사문화연구소장은 “고부관아 복원은 상상의 공간이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현장이 될 것이다. 단순한 복원에 그치지 않고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 올바른 역사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시는 고부관아 복원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지난 4월21일 국회에서 고부관아 복원과 관련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오는 9월에는 고부농민봉기를 재평가하는 학술대회를 열고, 11월에는 주민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1~2월에는 복원 타당성 조사 용역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철모 고부관아복원추진위원장은 “지난 4월 전문가 토론회에서 1872년 제작한 고지도와 같이 전체 복원을 대원칙으로 정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혁명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되, 단순한 건물 복원이 아닌 민주주의 산교육장 활용과 문화자산의 관광 자원화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72년에 제작한 고부군 고지도. 정읍시 제공
1872년에 제작한 고부군 고지도. 정읍시 제공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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