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시민합창단’이 행사에서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과 ‘그날이 오면’ 등을 불렀다. 박임근 기자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전북기념식과 고 이세종 열사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이 17일 오후 5시 전북대학교 민주광장 이세종 기념비 앞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북지역 5·18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이 열사가 남긴 고귀한 뜻을 기렸다. 전북 5월동지회 심영배 회장은 “5·18민주화운동 첫 희생자인 이세종 열사와 전국 고교 최초 시위가 있었던 전주신흥고 등의 정신적 자산을 잘 이어받아야 한다. 이번 행사도 전북지역 120개 단체가 행사위원회를 꾸려 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인철 전북희망나눔재단 청년활동가는 기념사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민주주의가 이 열사를 비롯한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안다면 오늘을 조금 더 뜻깊게 살아서 희생된 분들의 뜻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이 열사의 전라고 8년 후배인 김종훈 전북도 경제부지사는 “5·18민주화운동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며 이 땅의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위한 선열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북지역 시민으로 2019년 11월에 꾸려진 ‘녹두꽃시민합창단’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나 하나 꽃 피어> 등을 불렀다.
이세종(당시 20·농학과 2년) 열사는 1980년 5월17일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비상계엄 철폐 및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중 18일 0시부터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계엄군이 교내로 진입하자 학생회관 옥상으로 달아났다. 그 뒤 18일 새벽 6시께 학생회관 옆에서 온몸이 피투성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인을 ‘단순 추락사’로 발표했으나 시신 여러 군데에서 피멍이 발견돼 계엄군에 의한 집단 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이 열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아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이날 행사에 앞서 한 참석자가 고 이세종 열사에 헌화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전북대는 이 열사를 역사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1985년 제1학생회관 앞에 기념비를 설치하고, 이곳을 이세종광장이라 이름 짓고서, 해마다 5·18 관련 단체들과 추모식을 열고 있다. 1995년 2월에는 숨진 지 15년 만에 이 열사에게 전북대 명예학위도 수여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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