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정문 앞에서 블라스팅 하청 노동자들이 물량제 폐지와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물량제 폐지를 요구하며 작업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9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블라스팅 노동자 40여명은 9일 영암군 삼호읍 현대삼호중공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단계 하도급 물량제를 폐지할 때까지 작업을 거부한 채 천막농성을 지속하는 한편, 현대중공업 본사 항의방문, 고용노동부 면담, 국회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블라스팅은 고압호스로 쇳가루를 분사해 선박 철판의 이물질과 녹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회사에서 제시한 시급제 임금 안을 수용했지만 작업거부를 하다 집단해고된 38명의 복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하청회사들은 대체인력을 해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국은 물량제를 유지하려는 원청과 하청의 경영방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3개 블라스팅 하청업체 노동자 40여명은 지난달 12일부터 물량제를 폐지하고 4대 보험 가입 등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작업거부에 들어갔다. 각 회사는 대체인력을 투입한 뒤 계약해지를 통보해 갈등을 빚고 있다. 물량제는 원청이 하청에 작업물량을 배정하면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작업하고 물량별 작업대금을 나눠 받는 방식이다.
9일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정문 앞에서 블라스팅 하청 노동자들이 물량제 폐지를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제공
금속노조는 물량제에 대해 산업재해 책임을 피하고 작업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물량제 방식은 정해진 기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대금을 받기 때문에 시급제나 일당제보다 1인당 작업량이 1.4배 많다고 한다.
협력업체들은 “작업자들이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을 맺어 왔는데 기존 임금 이외에 4대 보험료까지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는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물량제는 회사가 설립될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방식”이라며 “협력업체와 노동자 간 문제에 원청이 개입할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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