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자유어린이공원에서 열린 반려견 배설물 전시회. 광산구 제공
도심 공원 안 반려동물 배변 문제를 익살스러운 캠페인으로 해결한 마을 주민들의 실험이 눈길을 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우산동 캠프 주민들은 우산동 자유어린이공원을 산책하는 어린이나 주민들이 반려견 배설물을 만지거나 밟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주민과 반려인들이 배변 문제로 다투기도 했다. 우산동 캠프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상생할 방안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애진 광산구 아파트공동체 팀장은 “유독 자유어린이공원에 반려동물 배변 문제가 심각한 이유를 조사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해 요구 사항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우산동 캠프가 시도한 것은 전시회다. 주민들은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5일까지 ‘꽃밭에 놓인 웬 똥’이란 이름으로 반려견 배설물 전시회를 열었다. 날짜별로 발견된 배설물 개수와 위치를 적은 ‘똥 전시도’도 만들었다. 공원 꽃밭에 방치된 반려견 배설물에 야광 테이프를 두른 뒤 투명 플라스틱 컵을 덮고, 발견된 날짜를 적은 깃발들을 세웠다. 반려인들의 양심에 호소해보자는 취지였다.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우산동 캠프 주민들이 진행한 ‘꽃밭에 놓인 웬 똥’이란 이름으로 반려견 배변 전시회. 광산구 제공
처음엔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그냥 가게?’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고, 내 새끼 똥 쌌네!’, ‘그냥 가게?’, ‘내 똥 치우는 엄빠가 최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는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등 익살스러운 문구가 적힌 푯말들을 배설물 아래에 세웠다. 또 공원을 산책하는 반려인들의 편의를 위해 배변함도 설치했다.
그러자 얼마 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투명 플라스틱컵 속에 있던 배설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모든 ‘전시용 배설물’이 자취를 감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후 자유어린이공원에 배설물을 버리고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길 만들기’라는 제목의 이 프로젝트를 광산구 생활문제 해결형 마을실험실 공모사업으로 진행했다. 이승이 우산동 캠프 대표는 “마을의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해결해보자고 시작한 우리의 작은 실험이 큰 변화로 이어져 기쁘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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