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있는 (사)고려인마을이 28일 세계고려인단체총연합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세계 고려인사회 통합에 나섰다. 사진 고려인마을 제공
최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며 두 나라 고려인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광주 고려인마을이 전 세계 고려인단체와 연대해 평화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있는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은 “ 30일 한국-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기에 앞서 28일 고려인마을에서 세계고려인단체총연합 출범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고 29일 밝혔다. 고려인마을은 러시아 정부가 강제징집을 결정하면서 징집 대상의 다수를 고려인과 크림 타타르족 등 자국 내 소수민족으로 채웠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고려인들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항전에 나선 상황이라 고려인 동포들끼리 교전할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김따냐씨와 김슬라바씨는 최근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를 찾아 각각 손자 에릭(16)군과 고등학생 아들이 강제징집돼 전쟁터로 떠났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인마을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고려인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통합단체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했다. 고려인들의 한국 귀환을 돕는 한편 의료·교육 지원에 나서고 장기적으로는 고려인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제, 학술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이름의 성명을 내어 “우리의 활동 영역은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 러시아, 다시 대한민국까지 확장됐다”며 “전 세계에 있는 고려인들이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예술 교류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인마을은 50여 명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꾸려 30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마을극단1937의 <나는 고려인이다> 순회공연, 국제심포지엄 ‘백인의 식탁’ 등을 카자흐스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러시아와의 전쟁 지휘에 나선 고려인 4세 비탈리 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주지사(오른쪽)와 젤린스키 대통령. 연합뉴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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