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일본 기업 후지코시 도쿄 본사 사옥 앞에서 최희순 할머니(오른쪽)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회사에서 강제노역한 최희순 할머니가 지난 11일 병환으로 별세했다고 12일 밝혔다. 향년 91.
1931년 태어난 최 할머니는 1944년 전주 혜성심상소학교를 다니던 6학년 때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교장의 말을 믿고 따라 나섰다가 일본 기업 후지코시(不二越) 도야마(富山)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다. 태평양전쟁기 군수공장으로 지정된 기계 제작업체 후지코시는 소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 등 1600여 명의 조선인을 데려가 중노동을 시켰다.
최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23명은 일본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2003년부터 도야마지방재판소에 후지코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한일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패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에 상고했지만 2011년 이마저 기각됐다. 이후 피해자들은 2013년 국내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 할머니의 별세로 후지코시 상대 손해배상 소송 원고 중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고인의 빈소는 전북 완주군 한길장례식장 1층 1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오전 8시30분이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할머니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 촉구를 위해 여러 차례 일본 방문에 나서는 등 오랫동안 앞장서 싸우셨다. 항상 인자하고 따뜻한 말씀을 건네시던 할머니를 이렇게 보내게 돼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