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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사는 ‘터의 결’ 탐구해 ‘광주’ 정체성 찾아갑니다”

등록 2022-08-31 19:42수정 2022-09-01 02:41

광주문화재단 첫 ‘박선홍학술상’ 선정
해직교사 출신 향토지리학자 김경수씨
대학원 사제 사이인 장보웅 전남대 교수와 김경수 박사. 광주문화재단 제공
대학원 사제 사이인 장보웅 전남대 교수와 김경수 박사. 광주문화재단 제공

“지리학은 터의 결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삼겹살이나 지층처럼요. 터의 결은 내가 만든 말이에요.”

광주문화재단이 주는 ‘제1회 박선홍 광주학술상’ 수상자인 향토지리연구가 김경수(62·전남문화재전문위원)씨는 31일 “우리가 사는 지금의 이곳에서 출발해 처음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선홍 광주학술상’은 근대도시 광주의 미시사를 꼼꼼하게 기록했던 혜운 고 박선홍(1926~2017) 선생을 기려 광주 문화 자산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김 박사는 1989년 8월 광주의 한 고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설립에 참여해 교단에서 쫓겨났다. 전교조 상근자로 일하면서 <월간 금호문화>에서 고 박선홍 선생의 연재물 ‘광주 옛과 오늘’을 읽고 향토사 연구에 눈을 뜨게 됐다. 1987년 고려대에서 ‘영산강 수운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던 그는 이후 ‘광주’를 공부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향토학자 김정호 선생과 만남도 ‘해직’이 준 선물이었다. 1991년 향토문화진흥원을 설립해 이끌던 김 선생은 <광주 동 연혁지>의 납품 시한 한 달을 앞둔 시점에 김 박사를 불렀다. 김 선생은 규장각의 고지도를 뒤져 영산강에 배가 들어온 사실을 밝혀낸 김 박사의 석사 논문을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 김 박사의 합류로 책은 무난히 납품할 수 있었다.

해직은 그에게 역설적이게도 역사·문화·지리 현장을 찾아다닐 기회가 됐다. “나주 영산포에 조운창이 생기면서 중하류는 영산강으로 불렸고, 상류는 극락강이라고 했어요. 장성은 황룡강이고요.” 박선홍 선생 등 선배 향토사 연구자들이 설립한 ‘광주민학회’ 회원으로 현장 답사에도 동행하던 때였다. 1994년 교단으로 복직한 그는 이듬해 <영산강 삼백오십리>라는 책을 냈다.

이어 전남대 지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그는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회장을 지낸 장보웅 교수를 만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장 교수님께서 ‘현재가 더 중요하다. 지금 있는 것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기록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이런 관점으로 <영산강 경관 변화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써 2001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광주라는 공간(지리)을 엑스축으로 놓고, 와이축엔 시간(역사)를 두고 점을 찍는 방식으로 꾸준히 탐구해왔다. “1896년 관찰부가 설치되고 1910년대 전남도청이 들어선 뒤 위상이 달라졌던 광주는 1986년 광산군·송정시와 통합해 광역시가 되면서 ‘영산강 시대’를 맞았죠.”

이후 <광주땅 이야기>(2005년), <광주서창지리>(2016), <경양방죽과 태봉산지리>(2017), <금남로 지리지>(2018), <광주천 지리지>(2020) 등 연구 성과물도 차곡차곡 쌓아왔다.

김 박사는 광주라는 터의 결을 바꿔 온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간과 시간에 인간을 더해 합체해 놓고 봐야 광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구한말 의병운동과 광주학생운동, 4·19를 5·18과 통합해 강조해야 광주가 더 빛이 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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