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덕 교과의 ‘성 평등’ 수업중 노출 장면이 포함된 단편영화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3개월 정직 중징계를 받았던 배이상헌(57·사진) 교사가 18일 20개월 만에 학교로 출근했다.
배이 교사는 이날 옛 제자들이 보낸 축하 화환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거 해직됐던 학교의 학생들이 저를 잊지 않고 보낸 화환이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인 그는 1989년 전교조 사태 때 해직됐다가 5년 만에 복직한 적이 있다. 그는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오니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배이 교사는 2018년 7월~지난해 5월 성 윤리 수업의 하나로 10분짜리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상영했다. 이 영화의 일부 노출 장면이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그는 2020년 9월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으나 2020년 8월 검찰은 불기소 처리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2020년 12월 국가공무원법의 복종·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배이 교사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배이 교사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광주시교육청의 정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첫 심리는 다음 달 2일 열린다.
배이 교사는 부모 양성 쓰기의 취지에 공감해 어머니의 성을 먼저 넣은 ‘배이상헌’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그는 “성교육 등에 대한 공교육의 역할이 막중한데도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신고 사실 만으로 교사의 지위와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에 전국의 교사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영화 상영 등이)교육인지 범죄인지 분별하는 교육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