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자산 특별현금화명령 관련 대법원의 신속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때 강제노역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한 법적 절차와 관련해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1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특별현금화명령에 대한 재항고심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미쓰비시중공업 한국 내 상표권 2건(양금덕)‧특허권 2건(김성주)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강제매각) 재항고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일제강점기 때인 1944년~45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노역을 하고도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던 양금덕(93), 김성주(92)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명당 1억~1억5천만원씩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냈지만, 미쓰비시 쪽은 배상을 외면했다. 이에 양 할머니 등은 법원에서 미쓰비시 한국 내 상표권과 특허권 압류 명령 결정을 받아낸 뒤, 2020년 9월 상표권과 특허권 매각명령을 끌어냈다. 손해 배상을 위해 상표권과 특허권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결정이다.
2007년 5월31일 일본 나고야 고등재판소 기각 판결 후 법정을 빠져나오면서 오열하는 양금덕 할머니를 주위에서 부축하는 모습.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제공
미쓰비시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자, 지난 4월19일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대법원이 사건이 접수된 지 4개월째가 되는 오는 19일 전까지 심리 불속행(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법원의 자산매각 결정 효력이 발생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달 20일 “한국에 민관협의체가 구성돼 대안이 마련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상고 이유 보충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시민모임 등은 “이 사건 피해자 등은 민관협의체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관협의체 활동이 재판절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 등은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 때문에 재판 결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90대가 넘은 고령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전범 기업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며 “대법원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 사건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외교부가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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