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만성리 여순사건 희생자 집단묘지인 형제묘. 여수시청 제공
전남도가 ‘여수ㆍ순천 10ㆍ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법)에 따른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 심사를 처음으로 추진한다. 기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보다 진상규명 범위가 넓어지며 피해자들도 폭넓게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전남도는 18일 “‘여순사건 실무위 소위원회’를 열어 여순사건 희생자·유족 신고 166건의 사실조사 사전 심사 결과 163건을 실무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나머지 3건은 증거 자료를 보완하거나 추가적인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상정을 보류했다.
사전 심사는 그동안 전남도와 각 시·군에서 접수한 희생자·유족 신고 2200여 건 중 희생자·유족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큰 건을 대상으로 했다. 선정된 166건 중 143건은 이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을 받았고 19건은 경찰서 보안기록·군법회의 판결문 등 증명자료가 있었다. 나머지 4건은 증명자료 없이 보증서를 제출했다.
심사에서 일부 위원은 “여순사건은 74년 전 일이라 증명자료 없는 사건이 많고 사건을 직접 목격했던 분도 거의 없어 대부분의 진술은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간접 증언이 많다”며 “희생자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 명예회복위원회에서 ‘희생자 결정 기준’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남도는 다음달 초 전남도지사가 위원장을 맡은 여순사건 실무위원회를 열어 사전 심사를 통과한 163건을 심의한 뒤 여순사건 명예회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 제출할 계획이다. 명예회복위원회에서는 90일 이내에 심사·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킨 사건을 가리킨다.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휘말리며 1949년 이뤄진 전남도 조사에서는 1만1131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여순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잇따르자 지난해 6월 국회는 여순사건법을 통과시켰다. 기존 과거사정리법에서는 여순사건 기간을 14연대 봉기부터 계엄군의 진압까지인 1948년 10월 19일∼27일로 정했는데 여순사건법은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1일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올해 1월 법 시행에 따라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와 실무위원회가 출범했으며 15일까지 2317건(진상규명 101, 희생자·유족 2216)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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