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여순사건 발발 당시 진압군이 민간인을 검문하고 있는 사진.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법) 제정 1주년을 맞아 여순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쟁점을 해당 사건을 ‘항쟁’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순천대학교 10‧19연구소는 12일 “법 제정 1주년을 기념해 ‘10‧19의 성격과 정명’을 주제로 국내 학술대회를 5일 열어 여순사건의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역사학, 철학, 법학, 사회학, 문학 등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석해 여순사건의 올바른 정명문제를 논의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일부 군인들이 제주4·3 진압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킨 사건을 가리킨다. 봉기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다수가 희생된 현대사의 비극이기도 하다. 1949년 이뤄진 전남도 조사에서는 1만1131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문동규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는 ‘10‧19 : 짓기 어려운 이름, 그래도 지어야 한다면’이란 주제 발표에서 “10·19는 다양한 사건들이 중첩돼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그러면서도 드러난 하나의 ‘사태”라면서 “10·19의 전개 과정을 사건별로 구분한 뒤 총합하면서 이름짓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수현 순천대 10‧19연구소 연구원은 “지명이나 사변, 사건이라는 용어는 지양해야 한다”며 ‘10·19통일항쟁’이라는 용어 사용을 제안했다. 주철희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도 “역사 기록에서 적합한 용어의 선택은 대중의 역사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군인의 봉기는 민중이 호응하고 지지하면서 항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여순사건법 제정 1주년을 맞아 지난 5일 순천대 국제문화컨벤션관 소강당에서 ‘10‧19의 성격과 정명’을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순천대 제공
조승현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그동안 군사반란으로 알려진 여순사건이 국가폭력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희생자라는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명희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도 10·19를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집단트라우마 유형과 특징을 분석해 사회적 치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6월 국회는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 근거를 담은 여순사건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1월 법 시행에 따라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와 실무위원회가 출범했으며 여순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신고도 접수받고 있다. 11일까지 진상규명 99건, 희생자 유족신고 2152건 등 모두 2251건이 접수됐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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