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때 광주에 진압부대로 투입된 공수특전여단 군인 앞에서 광주 시민 1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18항쟁 때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이 군용 트럭으로 끌려와 무릎을 꿇고 있던 시민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1980년 5월 공수부대 소속 하사관으로 광주에 투입됐던 ㄱ(69)씨는 최근 위원회에 자신이 5·18 사진에 등장한 공수부대원이라고 밝힌 뒤 당시 고통을 겪은 시민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ㄱ씨가 말한 사진은 군용 트럭 짐칸 위에서 정장을 입은 시민이 공수부대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5·18 당시 계엄군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1980년 5월18일 광주 금남로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ㄱ씨는 지난해 5월 수원 장안공원에서 열린 5·18 사진전에서 이 사진 속의 군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사실을 5·18진상조사위 한 전문위원에게 털어놓은 뒤 “(광주 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ㄱ씨는 전문위원과의 문답에서 “화기 담당 하사여서 엠203 유탄 발사기를 메고 있어 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전문위원은 광주에 있는 한 5·18 유공자 회원에게 이 사진을 보내 무릎 꿇고 있던 시민을 수소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문위원은 지난 6일 ㄱ씨를 만나 구체적인 진술을 들으려고 했으나, 지병을 앓고 있던 ㄱ씨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ㄱ씨는 5·18 당시 7공수여단 33대대 9중대 소속 화기 담당 하사였다고 한다. 박진언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ㄱ씨의 건강이 회복되면 사진과 관련된 진술을 듣는 등 공식적으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