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이창성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찍은 시민군 모습. 이 시민군을 기억하는 광주시민들은 ‘김군’이라고 부르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무연고 행방불명자의 대표적 인물인 ‘김군’이 생존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는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5·18조사위는 지난해 자신을 ‘김군’이라고 주장한 60대 ㄱ씨의 제보를 접수해 대면 조사와 현장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군’은 5·18 당시 이창성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촬영한 시민군의 편의상 호칭으로, 사진 속에서 그는 무장 차량에 올라 기관총을 잡고 있다. 이 남성은 그동안 1980년 5월24일 광주 남구 송암동에서 11공수여단 부대원의 총을 맞고 숨졌으나 주검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논객 지만원씨는 이 남성을 ‘광수’(광주 투입 북한특수군) 1호로 지목하기도 했다.
ㄱ씨는 지난해 5월 사진 속 인물의 추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을 보고 5·18기념재단에 연락했고, 재단은 기초조사 뒤 같은 해 9월 5·18조사위로 제보 내용을 이관했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ㄱ씨는 “5·18 당시 광주에 살며 시위에 참여했지만, 가족 중에 직업 군인이 있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시위 참여 사실을 숨기고 살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5·18조사위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ㄱ씨의 현재 모습과 사진 속 모습과의 비교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5·18 당시 ‘김군’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다른 시민군 생존자와의 대면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5·18유공자는 ㄱ씨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5·18 당시 시민군은 대부분 비슷한 복장이었기 때문에 ㄱ씨가 사진 속 인물을 자신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김군>에서도 김군의 실제 인물로 지목된 광주 시민 3명이 나오지만 모두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 송암동 학살현장에 있었던 최진수(59)씨는 “그해 5월24일 송암동에서 김군과 함께 공수부대의 사격을 피해 한 민가에 숨었다. 포위를 당해 밖으로 나갔는데 하사 계급장을 단 군인이 M16 소총으로 김군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쏘는 모습을 분명히 봤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이강갑(65)씨도 “‘김군’을 포함한 시민군 10여명과 트럭을 타고 송암동을 간 것은 확실하다. 김군이 살았다면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갔을 텐데, 김군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박진언 5·18조사위 대외협력관은 “ㄱ씨의 제보를 받은 뒤 5·18 때 김군에게 총을 줬던 예비군을 찾는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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