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6시10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3동 제4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전국 1만4464개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전국 각지 투표소엔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도 오후 6시부터 일반 유권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한표를 행사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은 이날 오후6시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투표소를 찾아 직접 투표를 했다. 확진자와 격리자 투표는 사전투표 때와 달리 소란 없이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날 9일 오후 6시 인천시 남동구 구월3동 제4투표소에서 확진·격리자 투표가 시작되자 캐노피(그늘막) 천막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권자 10여명이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차례차례 들어섰다. 선거 사무원들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모두 방호복과 안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한 사람이 기표를 마치면 선거 사무원이 곧바로 들어가 기표용구 등을 소독했다. 기표를 마친 확진자 및 격리자들은 사전투표 때와 달리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손유경(30)씨는 “원래 사전투표를 하려고 했는데 부정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와서 오늘 투표했다.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려 투표장에 왔다”고 말했다.
확진·격리자 투표가 시작되는 이날 오후 6시를 전후해 일반 유권자들과 확진·격리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한산했다.
부산시 북구 만덕2동 제1투표소엔 오후 6시부터 20여분 동안 10여명 확진자와 격리자가 투표했다. 이날 오후 6시 광주 중앙초등학교에 마련된 충장동 제1투표소에서도 첫 확진자가 투표소에 들어선 뒤 2분 만에 투표를 마칠 정도로 한산했다. 김아무개(38·여)씨는 “사전투표 땐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오늘로 투표를 미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 편하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격리자들도 투표소 관리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대전시 둔산동 한밭초등학교에 마련된 둔산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아무개(39)씨는 “며칠 전 확진돼 자가격리 중이다. 별 불편함 없이 투표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시 중앙로에 있는 소양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박아무개(31)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만 있다가 투표를 위해 밖에 나오니 너무 기분이 좋다. 철저한 방역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3동 제4투표소 옆에 마련된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자 대기공간. 이승욱 기자
일부 자치단체에선 확진자와 격리자에게 질병관리청이 공지한 오후 5시50분이 아닌 오후 5시부터 외출할 수 있다는 잘못된 문자를 보냈지만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둘째날 확진자와 격리자의 경우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끝나기 전인 오후 5시부터 외출이 허용됐는데, 서울 성북구와 충남 천안시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사전투표 때 내용대로 확진자와 격리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광주시는 지난 8일 오후 7시38분께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들은 선거권 행사를 위해 오후 5시부터 한시적 외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해당 시민들에게 보냈다. 그러나 30여분 뒤인 오후 8시16분께 ‘확진·격리자의 한시적 외출가능 시간을 오후 5시50분부터’라고 정정한 재난 문자를 다시 보냈다. 광주시 관계자는 “보건소의 착오로 외출허용 가능 시간이 잘못 발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발송 30여 분만에 곧바로 다시 보내 투표에 큰 혼선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도 이날 오전 9시44분 발송한 재난 문자에서 확진·격리 유권자의 외출시간을 오후 5시로 안내했다가, 오전 10시33분 외출 가능 시간을 오후 5시50분으로 바로 잡았다. 천안시 관계자는 “담당 부서의 실수로 문자가 잘못 발송됐다. 바로 확인해 제대로 재공지했다”고 말했다. 공주시도 지난 7일 오후 5시 발송한 문자에서 외출시간을 5시로 안내했다가, 8일 오후 5시에 보낸 문자에서 바로 잡았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는 모습들이 이어졌다.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은 사진에 ‘투표완료’라는 문구를 붙인 사진, 투표 확인증 사진을 올리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선 투표에 참여하는 정아무개(20·광주시 북구 운암동)씨는 가족 대화방에서 투표여부를 묻는 말이 올라오자 기표 도장이 찍힌 손등 사진을 올렸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한 유권자가 ‘투표완료’라는 글과 함께 대화방에 올린 사진. 독자 제공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살까지로 낮아지면서 대선 투표에 처음 참여한 10대 유권자들도 투표 참여의 기쁨을 맛보았다. 광주 남구에 사는 김아무개(19)양은 “처음 투표해 낯설었지만 대선 투표에 참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기표 용구가 찍히지 않는다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 안에서 소란행위를 하며 선거인들의 투표를 방해한 혐의로 ㄱ씨와 ㄴ씨를 고발했다. 이들은 투표소에서 기표 뒤 “기표 용구가 반쪽만 찍혔다”며 고함을 지르고 투표용지를 새로 발급해달라고 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아침 8시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2동 제8투표소에서도 한 유권자가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며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선거사무원에게 보여주며 항의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제9투표소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유권자가 선거사무원에게 거세게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일부분만 투표용지에 찍혔더라도, 투표소에 비치된 정해진 기표 용구로 찍었다면 그 투표용지는 유효표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투표소 행패 행위도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께 영광에서 60대 남성이 기표를 마친 투표지를 촬영했다가 적발돼 경찰에 입건됐고 오후 4시께 나주에서는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투표소에서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전북에서는 오전 9시55분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원이 20대 유권자에게 “살이 쪄서 신분증 사진과 다르다”고 말해 한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어르신들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투표 편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6시부터 코로나19 확진자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2동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 선거사무원 모두 방호복 차림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독자 제공
한편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국 투표율은 이날 저녁 7시30분 기준으로 76.0%로 집계됐다. 20대 대선 유권자 수는 4419만7692명이며, 1632만3천여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은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대하 송인걸 김광수 김용희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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