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에 있는 전남 여수 거문도초등학교가 지역 역사전시관과 주민 밴드연습실로 탈바꿈한다. 1945년 개교한 이 학교는 입학생이 없어진 지난해 76년 만에 폐교됐다. 방치됐던 이 학교는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을 거쳐 주민 200명한테 추억을 되살리고 활로를 모색하는 공간으로 제공된다.
전남도교육청이 11일 “연말까지 20억원 들여 광양·여수·영광·해남·진도 등 폐교 8곳을 개·보수해 주민한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이 학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토지나 자금을 기부한 데 대한 보은인 셈이다. 이 학교의 건물이나 운동장은 주민쉼터나 마을정원, 복지시설, 판매시설 등으로 꾸며진다.
고흥 송산초등과 광양 진원초등 월길분교장 등 2곳은 주민을 위한 공감쉼터와 체육시설이 들어선다. 나주 봉황초등 옥산분교장은 도시농업이 가능한 체험텃밭으로, 영암 영암초등 학신분교장은 주민이 예술을 체험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 각각 조성된다.
역사가 깊은 여수 거문초등과 영광 홍농초등 동명분교장 등은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체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해남 산이서초등 금호분교장과 진도 조도초등 동거차분교장은 지역문화 체험장과 특산품 판매시설 등으로 쓰여진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6월 10억원을 들여 여수 돌산중앙초등, 순천 승남중 외서분교장, 곡성 도상초등, 영광 홍농남초등 계마분교장 등 4곳을 단장해 주민한테 호평을 받자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도교육청 재산관리팀 임훈규씨는 “소멸 위기에 내몰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학교를 거점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며 “자치단체와 마을주민의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전남의 농어촌 폐교는 모두 834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695곳은 매각되거나 활용 중이고, 52곳은 임대가 성사됐다. 나머지 80곳은 보존 예정, 7곳은 매각·교환 예정이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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