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살아온 20대와 10대 세 자매가 발견됐다.
31일 제주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0일 제주시 한 주민센터에 ㄱ(44)씨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의 사망신고를 하러 왔다. 딸로 보이는 자녀 세 명이 ㄱ씨를 따라왔다. 이 자리에서 첫째 딸이 ㄱ씨에게 언제 출생신고를 해 줄 것인가를 묻자, ㄱ씨가 주민센터 쪽에 출생신고 절차를 문의했다. 주민센터 쪽은 사망자 호적에 자녀가 없는 것을 확인해 세 자매 모두 무호적 상태인 것을 알게 됐다. 세 자매는 각각 24살, 22살, 15살로 확인됐다.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 면담을 통해 조사한 결과 ㄱ씨는 세 자녀를 모두 집에서 출산했고 출산 후 몸이 안 좋아 바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는 모두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세 자매 모두 크게 아픈 적이 없어 병원에 간 적도 없고, 집 안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 ㄱ씨는 최근까지 식당에서 일하다 몸이 아파 그만뒀고 20대 두 자매는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임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기 위해 성인 자녀 2명에 대한 지문을 채취했다. 시는 또 가정법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 친자 관계가 인정되면 이들이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또 이들 가족의 생계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3개월간 생활비를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를 신청했다. 제주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어머니 ㄱ씨를 아동학대(교육적 방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주민등록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세 자매가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아야 가능한 것으로 보고, 학대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려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