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태 5·18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출범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조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5·18조사위 제공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출범 2년을 맞아 그동안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발포명령자 △암매장 △성폭력 등 주요 의혹과 관련해서는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27일 출범 2주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송선태 5·18조사위원장은 <5공전사>(1982)에 나온 신군부 핵심 인사 9명(전두환·노태우·정호용·유학성·차규헌·황영시·주영복·이희성·유병현)이 5·18 당시 격일 회의를 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발포명령 체계의 실체를 밝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80년 5월23일 진종채 당시 2군사령관이 충정작전(광주재진입작전)을 건의한 문서에 ‘각하께서 굿 아이디어’라고 발언한 사실이 기재된 점은 전두환씨가 광주진압작전의 최종 승인권자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5공전사>의 내용이나 ‘진돗개 하나’ 발령, 전씨의 ‘굿 아이디어’ 발언은 이미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나 <한겨레> 등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이다. 또 5·18조사위는 신군부가 시민군의 무기 피탈 시간을 조작해 발포 명분을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2017년 10월 전남경찰청의 5·18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계엄군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5·18조사위는 피해자 15명 면담조사를 완료하고 가해 부대와 가해자를 특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2018년 5월 피해자는 <한겨레>(2018년 5월8일치 1면) 등을 통해 피해 시점과 가해 부대를 지목해, 가해자 추적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암매장과 관련해서도 광주시로부터 넘겨받은 제보 장소 17곳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얻지 못했으며, 군이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 ‘사체처리반’의 일부 구성원 이름을 확인했으나 거주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계엄군 헬기사격은 고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1심 판결을 이유로 조사위 출범 1년이 지나서야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9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힌 신군부 핵심 인물 조사도 △전두환·노태우씨 사망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미국행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 황영시 전 계엄부사령관 치매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불발됐다.
한편, 송 위원장은 “1980년 5월20일 광주역 앞에서 최초 집단발포가 있었을 때 광주시청 등 다른 6곳에서도 발포가 이뤄졌다는 점을 새롭게 확인해 발포가 사전에 준비됐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5·18조사위는 발포명령자 조사는 내년 5월, 성폭력 사건은 내년 10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5·18조사위 활동 기간이 최대 2년밖에 남지 않았고 종합보고서 작성에 통상 6개월이 걸려, 5·18 유족들은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훈 5·18유족회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정부 차원의 5·18 조사가 진행됐지만 발포명령자와 암매장은 규명하지 못했다. 5·18조사위는 유족들의 아픔을 고려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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