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광주 자연그린한방병원 최희석 대표원장
“황량한 들판에 홀로 나서는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광주 디딤돌장학회 최희석(57·자연그린한방병원 대표원장) 운영위원장은 24일 “아동보호시설에 나온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부모가 되도록 후원자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디딤돌장학회는 지난 23일 보호종료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공동체인 ‘희망디딤돌’ 광주센터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는 희망디딤돌 광주센터는 만 18살이 되어 아동양육시설에서 사회로 나와야 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10곳의 희망디딤돌 센터 중 후원자들이 참여하는 장학회가 설립된 것은 광주가 처음이다.
전국 ‘희망디딤돌’ 센터 중 첫 장학회
광주 ‘디딤돌장학회’ 초대 운영위원장
‘만 18살’ 시설 나와야 하는 청년 대상
9명 후원 맺어 매월 자립준비금 지원 지난해 후원자 박소연씨 첫 씨앗 뿌려
의료인·소상공인·시민단체 등 동참
디딤돌장학회는 박소연(55)씨가 뿌린 후원의 씨앗이 출발점이 됐다. 광주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박씨는 지난해 12월 보호종료를 앞둔 한 청소년이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는 “그 청소년이 누군가 한 사람 잡아주는 끈이 없어서 세상을 마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끈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씨는 자립준비청년 초기정착금을 1000만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주도한 장연주 광주시의회 시의원(정의당)을 통해 희망디딤돌 광주센터를 소개받았다. 그는 지난 9월부터 센터 소개로 만난 대학 1학년생 보호종료 청년 1명에게 다달이 27만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박씨는 “그 학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후원하게 된 사연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다가 함께 눈물바람을 했다. 그때부터 ‘멘토’와 ‘멘티’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박씨의 후원 공모에 응했다가 탈락한 8명이 있었다. 그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장 시의원은 최 운영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에 최 운영위원장은 광주지역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주치의 자매결연 사업을 펼치는 ‘틔움키움 네트워크’와 광주시민센터, 김성진 와이마트 대표 등의 후원을 끌어냈다. 덕분에 8명 자립준비 청년들도 일정 기간 다달이 생활비 30만원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최 운영위원장은 “14명의 후원자가 다달이 소액 기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9명인 결연사업 인원을 점차 더 늘려 가고, 다양한 방식의 도움을 주기 위한 모금과 후원 회원 확충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홀로서기를 해야 보호종료 아동은 전국적으로 해마다 평균 2500여명 정도다. 2013년 2207명, 2015년 2677명, 2017년 2593명, 2019년 2587명 등이다. 광주광역시만 하더라도 매년 100여명의 청년이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자립 연령을 기존 18살에서 24살로 확대하고, 월 30만원씩 지급되는 자립수당의 지급 기한을 보호종료 3년 이내에서 5년 이내로 연장했다. 정부는 보호종료 때 500만원의 초기 자립정착금을 지원하는데, 경기도와 광주시 등은 1000만원으로 올렸다.
최 운영위원장은 “자립준비 청년들이 용기를 갖고 사회에 튼실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등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원광대 한의대 재학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2005년 광주외국인노동자건강센터 설립 때 참여해 한방 무료 진료활동 책임을 졌고 주변 의료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기도 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와 지역 사회 의료인들이 저소득층 아동치과주치의제 및 교육·문화사업을 후원하기 위해 꾸린 ‘틔움키움 광주·전남네트워크’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고려대 척추측만증연구소에서 바른 자세를 위해 만든 체조를 직접 배워 광주 지역아동센터 40여곳을 찾아 다니며 보급하기도 했다. 북녘어린이 영양빵공장 광주사업본부 운영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광주 의료인들이 꾸린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현지 무료 아동치과진료 사업에도 선뜻 후원금을 보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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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디딤돌장학회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최희석 원장.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광주 디딤돌장학회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최희석 원장.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450/imgdb/original/2021/1226/20211226501821.jpg)
광주 디딤돌장학회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은 최희석 원장.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광주 ‘디딤돌장학회’ 초대 운영위원장
‘만 18살’ 시설 나와야 하는 청년 대상
9명 후원 맺어 매월 자립준비금 지원 지난해 후원자 박소연씨 첫 씨앗 뿌려
의료인·소상공인·시민단체 등 동참
![지난 12월 23일 광주 ‘희망디딤돌’ 광주센터에서 디딤돌장학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지난 12월 23일 광주 ‘희망디딤돌’ 광주센터에서 디딤돌장학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450/imgdb/original/2021/1226/20211226501816.jpg)
지난 12월 23일 광주 ‘희망디딤돌’ 광주센터에서 디딤돌장학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광주 디딤돌장학회 창립 이사진들. 앞줄 맨왼쪽 장연주 시의원, 맨 가운데 최희석 운영위원장 등이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광주 디딤돌장학회 창립 이사진들. 앞줄 맨왼쪽 장연주 시의원, 맨 가운데 최희석 운영위원장 등이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450/imgdb/original/2021/1226/20211226501823.jpg)
광주 디딤돌장학회 창립 이사진들. 앞줄 맨왼쪽 장연주 시의원, 맨 가운데 최희석 운영위원장 등이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광주 디딤돌장학회에는 최희석(왼쪽) 원장이 이사장을 지낸 지역 의료인 봉사모임 ‘틔움키움 광주·전남네트워크’도 참여했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광주 디딤돌장학회에는 최희석(왼쪽) 원장이 이사장을 지낸 지역 의료인 봉사모임 ‘틔움키움 광주·전남네트워크’도 참여했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00/399/imgdb/original/2021/1226/20211226501817.jpg)
광주 디딤돌장학회에는 최희석(왼쪽) 원장이 이사장을 지낸 지역 의료인 봉사모임 ‘틔움키움 광주·전남네트워크’도 참여했다. 사진 디딤돌장학회 제공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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