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 사업 이전 1990년 전남 구례읍 5일시장의 풍경. 김인호씨 제공
지난해 8월 섬진강 수해로 잠겼던 전남 구례 5일시장의 평화로웠던 옛 풍경을 담은 사진집이 나왔다.
김인호(59) 전남 구례군 홍보팀장은 15일 흑백 81장, 컬러 15장 등 모두 96장의 구례 5일시장 사진을 모아 사진집 <꿈속 같던 시절, 그날의 풍경>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1990년대 활기가 넘쳤던 구례읍내 5일시장의 사람과 골목, 점포와 물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주민 김정자(81·구례읍 사림리)씨의 구술을 바탕으로 박수현씨가 정리한 당시 시장의 은성했던 분위기가 함께 실렸다.
그는 수해를 입은 주민에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5개월 동안 정리와 제작에 몰두해 사진집을 성사시켰다. 그는 “지난해 흙탕물에 한길 넘게 잠겨 엉망진창이 됐던 옷가게와 쌀가게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며 “이웃들이 정답고 소박한 장터의 옛 풍경을 보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 1990년 군청 사진기록 담당자로 시작해 32년 동안 구례의 자연과 풍경, 사건과 행사, 마을과 사람 등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 과정에서 1930~80년대 구례의 옛 사진 100여장을 수집해 정리한 <구례 향토사진집>을 비롯해 70년대 구례 풍경을 담은 <과거 보러 가는 길>(부친 고 김용권씨 촬영), 항공 촬영으로 구례의 사계와 마을 특성을 기록한 <하늘에서 바라본 구례>, 귀촌인 권산의 사진 에세이 <구례를 걷다> 등 사진집 4권을 기획해 발간했다. 2015~16년에는 그동안 찍은 수십만장의 구례 사진들을 엄선해 ‘아, 노고단의 사계’, ‘산수유 마을’ 제목으로 두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그는 “30년 넘게 사진을 찍으면서 지리산과 섬진강, 그 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며 “앞으로도 고향 구례를 지키며 기록작업을 꾸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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