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에 있는 순천성가롤로병원 장례식장은 2017년 2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혜란 연구원 제공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은 장례식장도 친환경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례식장의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줄이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다회용 식기 도입 등 초창기 추진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사단법인 자원순환사회연대 등의 실태조사(2020년) 결과를 보면, 장례식장 1곳당 연간 밥그릇과 국그릇 72만개, 접시류 144만개 등 111.16t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 1130곳 장례식장에서 접시류 사용량만 해도 연 3억7천만개(230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회용 합성수지 접시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음식물이 묻어 있어 재활용하지 못하고 대부분 소각된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추방하지 못하는 것은 제도적인 허점 때문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고정된 조리시설 및 세척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면 일회용품 무상 제공할 수 없다’는 규정은 장례식장을 일회용품 규제 사각지대로 만들고 있다. 나혜란 자원순환사회연대 연구원은 지난 15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일회용품 줄이는 장례문화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조리시설이나 세척시설 중 하나라도 없으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어서 규제엔 부적절한 조항이다. 세척시설만 있는 장례식장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자체적으로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전남 순천시에 있는 순천성가롤로병원 장례식장은 2017년 2월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밥그릇, 국그릇, 접시, 숟가락, 젓가락을 모두 다회용 식기로 바꿨다.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설치한 식탁도 입식용으로 교체한 뒤 상을 덮는 비닐 사용을 중단했다. 김보운 순천성가롤로병원 장례식장 사무국장은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장례식장의 폐기물을 60%가량 줄였고, 음식물 쓰레기도 약 30% 감소했다. 음식물 소비가 줄어 전체적으로 장례비 비용도 적게 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다회용기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순천성가롤로병원 장례식장 세척실. 나혜란 연구원 제공
지난 15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일회용품 줄이는 장례문화 조성을 위한 토론회’ 홍보물.
자치단체에서 친환경 장례식장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남도는 2021년 5월부터 110곳 장례식장에 세척시설을 설치하고 식기 세척기와 다회용 식기 구매를 지원하고 있다. 전주시는 올해 4월 전주시 자원순환기본조례를 지정해 일회용품 사용억제를 위해 협약 체결한 장례식장 등에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나혜란 연구원은 “자치단체에선 장례식장에 다회용기와 세척기 등이 도입될 수 있도록 예산이나 식품진흥기금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