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북구 임동 전남방직, 일신방직 터에 남은 일제강점기 때 지은 화력발전소. 조계현씨 제공
광주광역시가 북구 임동 전방·일방 공장 터의 화력발전소와 보일러실, 기숙사 등 근대산업유산 보존 방침을 세웠다.
광주광역시는 11일 전남방직과 일신방직 터 개발 방향 설명회를 열어 공장 건축물 보존 기본원칙을 발표했다. 해방 이전인 1930년대 지은 화력발전소, 보일러실1‧2, 고가수조 등 4곳은 현재의 위치에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해 도시계획상 공원·녹지로 지정·보존하기로 했다. 또 공장 안 건축물 27곳 가운데 직포공장, 원면창고 등 역사·장소·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10곳을 원형보존하거나 부분·활용 보존을 검토한다. 호텔과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 등 복합문화시설을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29만1801㎡(약 8만8270평) 규모인 임동 일신방직과 전남방직 공장은 1935년 일본 방직업체가 설립한 공장이 모태다. 2007년 무렵 평동산단 새 공장들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일제수탈의 아픔과 산업화시기의 애환이 서린 임동공장은 가동이 중단됐다. 두 기업은 지난해 4월 광주시에 공장 터를 일반공업용지에서 주거·상업 용지로 변경해달라고 제안했다. 초고층 상가아파트 단지와 호텔, 쇼핑복합시설 등을 짓겠다는 개발제안 계획안을 냈는데, 근대산업박물관과 전시관 등 공공용지로는 6.4%만이 배정됐다. 전남·일신방직은 그해 7월 공장 터를 부동산 개발회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시는 도시계획‧건축 공동위원회의 최종 자문을 거쳐 이날 발표한 임동 방직공장 개발방향 기본안을 제안자 쪽에 통보할 방침이다. 제안자 쪽은 시의 기본안을 30일 안에 수용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이상배 시 도시재생국장은 “공장 내 역사문화자산을 보존하면서 중심상업지 기능을 할 수 있는 창의적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북구 전남방직 옛 여성 노동자 기숙사. 정대하 기자
함인선 광주광역시 총괄건축가(한양대 교수)는 “임동 방직공장 터는 기존 건축물을 살리면서 새 건물을 덧붙이거나 병행해 지어야 한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건폐율·용적률·이격거리 등의 법적 규정들을 일부 완화해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시가 임동 방직공장의 역사·사회적 노동의 가치 등을 평가해 원형 보존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다. 협의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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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북구 임동 전남방직, 일신방직 공장 터. 광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