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해 6월 광주시 서구 유덕동 광주천 약 6㎞ 구간을 자전거를 타고 돌며 현안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제공
광주광역시가 도로 일부 구간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하는 사업을 처음 추진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차 늘고 있는 자전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 등 안전한 자전거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광주시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임방울대로(첨단지구~수완 풍영정천·1.4㎞ 6차로) 양 끝 차로에 폭 1.2m의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구간은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풍영정천을 거쳐 영산강 둔치 자전거 전용도로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시는 자전거 전용차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 추경 때 4억5천만~5억원의 예산을 신청할 방침이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기존 노후 자전거도로를 개선하기 위해 상무지구(1.5㎞)와 평동산단(2.8㎞)에 조성 중인 생활형 자전거도로 사업과 달리 도로 한 차선에 분리해 개설하는 점이 다르다.
시는 임방울대로에 이어 무등로(광주역~기아챔피언스 필드·1.5㎞ 4차로)와 양일로(본촌산단 사거리~일동중학교·1.6㎞ 4~6차로)에도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주성 시 도로과장은 “레저 목적이 아니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도로에 실험적으로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환경단체인 광주에코바이크가 시민들에게 자전거 타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시민들은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 최근 시의회가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 감축 정책 시민여론조사’를 했더니 기존 도로를 줄여 자전거나 보행로를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에 대해 71%가 찬성했다. 특히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의 폭을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운영하는 정책은 66.2%가 긍정적으로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광주의 자전거도로 660㎞ 가운데 508㎞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달리는 겸용도로로 도로 폭이 좁고 노후화돼 자전거를 타기가 매우 불편하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등은 제1순환도로 중앙차선이나 도로 양 끝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자전거 겸용도로는 승강장이나 적치물 등이 많아 보행자나 자전거 탑승자 모두에게 불편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김광훈 에코바이크 사무국장은 “청소차·구급차 등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광주 제1순환도로(광주교대~서방사거리~운암동 고가~농성지하차도)에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할만하다”며 “도로 한 차선(3.3~3.5m)만 양보하면 양 차선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해 전동 킥보드까지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철 광주마당 이사장은 “광주의 많은 과제 중 1번은 도시에 도로와 분리돼 자전거만 운행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실핏줄처럼 개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안전하고 편리한 자전거 도시를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장 후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도 자전거 전용차로 도입에 긍정적이다. 시가 발표한 ‘2040 광주교통 미래비전’은 시민 50%가 지하철·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요 생활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핵심 목표다. 시 쪽은 “자전거 전용차로 개설에 반대하지 않는다. 실험적으로 3곳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한 뒤 2025년 지하철 개설에 맞춰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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