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당시 불타고 있는 광주시 동구 궁동 옛 광주문화방송.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문화방송에 불을 질렀던 시민이 41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철)는 “5·18 당시 계엄법 위반과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징역 장기 3년, 단기 2년6개월이 확정됐던 최아무개(당시 18살·2009년 사망)씨 재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의 계엄법 위반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병합된 79년 10월 녹음기·자전거 절도와 80년 10월 다른 시민을 폭행한 혐의(공동상해)는 유죄로 인정해 이렇게 형량을 줄였다.
재판부는 “과거 재판기록을 통해 최씨의 방화 사실은 인정되지만 행동의 시기·동기·목적·대상·수단·결과 등을 고려할 때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저지하거나 반대하려 한 행위에 해당해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서 전두환 등이 79년 12월12일 군사반란 이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81년 1월 비상계엄을 해제할 때까지 행한 행위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으로 판결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은 형법상 정당행위”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범으로 지목된 박아무개씨는 98년 재심에서 이런 취지로 무죄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80년 5월18일 밤 9시30분께 광주시 동구 궁동 광주문화방송 앞에서 “방송국이 데모 장면을 방송하지 않는다. 불 질러 버려야 한다”고 항의하는 시위대열에 참여했다가 박아무개씨 등 2명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전남·북지역 계엄분소였던 전투교육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81년 4월 최씨에게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장기 3년, 단기 2년6개월로 형량이 줄었지만 상고를 포기해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5월15일 이 사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이 정한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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