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상공을 비행하는 계엄군의 UH-1H 헬기. 5·18기념재단 제공
전두환(90)씨 사자명예훼손사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헬기 조종사들이 헬기사격과 관련해 ‘무장은 했지만 사격은 하지 않았다’며 주장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주재로 27일 오후 열린 전씨의 항소심 다섯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5·18 당시 육군항공 506대대 소속 헬기 조종사들은 “1980년 5월21일 광주에 투입됐지만 피격을 우려해 광주시내 상공은 비행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법정에는 전씨 쪽 변호인의 요청으로 506항공대 소속 공격헬기인 500MD 조종사 최아무개(71) 당시 소령 등 헬기 조종사 3명이 출석했다. 최 전 소령은 “정웅 31사단장이 ‘해남대대가 폭도들의 공격을 받고 있으니 헬기로 제압하라’고 해 헬기사격 지시를 받긴 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에게 헬기사격은 안된다’고 하자 정 사단장은 ‘해남 상공만 비행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최 전 소령은 “광주 투입될 당시 수송헬기인 UH-1H가 시민군으로부터 피격당해 우리는 광주 상공을 비행하지 않았다.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은 헬기를 모르는 민간인의 오해”라고 주장했다.
박아무개(71), 김아무개(67) 당시 대위도 “대구에서 7.62㎜ 탄환 2000발∼4000발을 싣고 왔지만 장전은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검찰은 호남지역 계염분소였던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1980년 작성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에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 등이 기재됐고 “출동 나간 헬기가 탄약의 3분의 2를 소모한 채 복귀했다”는 탄약 관리부사관의 증언 등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위한 공판기일을 한차례 진행한 뒤 결심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전씨 쪽은 조 신부가 봤다는 헬기사격의 사실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재판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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