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 시민단체 회원들이 읍내 수거함 20곳에서 수거한 아이스팩을 세척하고 있다. 장흥 항꾸네 제공
전남 장흥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아이스팩 재사용이 한해 만에 일상생활 속 환경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시민단체 10곳으로 꾸려진 ‘더 나은 내일을 여는 장흥 항꾸네(‘다 함께’라는 전라도말)’는 11일 오전 10시 장흥읍 원도리 코아루아파트 앞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아이스팩-편백도마 교환행사’를 연다. 이어 16일 장흥고·정남진산업고 앞에서도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 아이스팩을 가지고 온 이들에게 ‘슬기로운 기후생활’이라고 쓰인 편백나무 도마 900개와 대나무 칫솔 800개를 나눠주는 행사다.
장흥 항꾸네는 탐진강 중류에 집중호우가 자주 쏟아져 피해가 잇따르는 등 기후위기를 피부로 실감하게 되자 이 운동을 시작했다. 우선 장흥읍의 아파트 15곳과 월평마을 1곳에 아이스팩 수거함 20개를 설치하고 토요일마다 수거에 나섰다. 시민단체에서 돌아가며 주당 평균 400~500개를 수거해 2시간 동안 씻어 말린 뒤 전통시장 상인회에 전달해 왔다. 이렇게 재사용한 아이스팩이 한해 2만여개에 이른다. 위상목 장흥토요시장상인회장은 “수산물 식료품 점포들이 엄청 좋아한다”며 “하루 10개를 쓰는 점포는 1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형대 진보당 장흥군위원장은 “일회적으로 끝내지 않고 생활 속에서 계속 실천하려 한다”며 “읍내 주민운동이 효과를 거두자 장흥군도 지난달부터 9개 읍·면에서 이를 거들고 나섰다”고 말했다.
장흥의 사례가 알려지자 전북 익산, 전남 화순 등 다른 시·군 7곳에서도 주체와 수거, 활용 등을 배워 뒤따르고 있다.
아이스팩은 코로나19 사태로 택배물량이 늘며 사용량이 폭증했지만 소각처리가 불가능하고 자연분해에 500년이 걸리는 등 토양·해양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아이스팩에 쓰이는 고흡수성 폴리머(Super Absorbent Polymer)는 뛰어난 흡열반응으로 냉장효과가 얼음의 5배 이상 지속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아이스팩 중 15%는 뜯긴 상태로 하수구에 버려지고, 이 물질은 자신의 무게보다 수십배 많은 수분을 머금은 채 젤리 상태로 존재하며 오염을 유발한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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