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두환씨가 지난 8월9일 항소심 인정신문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2·12 군사반란과 5·18을 통해 정권을 잡은 뒤 독재정치를 폈으며, 최근 혈액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두환씨가 숨지면 장례는 어떻게 치러질까?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갑)은 30일 “현행법에 따르면 국민정서에 반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여도 전직 대통령은 명시적으로는 국가장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장법엔 국가장 대상자에 관한 규정만이 있을 뿐, 제한되는 경우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장은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적을 남겨 전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한 경우 국민통합을 위해 국가 주도로 치러지는 장례다. 국가장법에서는 △전·현직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는 경우 유족 등 의견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뒤 대통령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장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해 6월4일 ‘국가장법 일부개정법률안(전두환 국가장 배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유공자법(제79조)처럼 적용을 배제하는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국가장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내란목적살인죄 등 반국가적 범죄를 저지른 전씨는 국가장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1년 넘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전씨가 사죄와 참회의 석고대죄 없이 국가장을 치르게 되는 역사의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될 책임이 있다”며 “민주주의와 국민의 이름으로 군부독재의 역사적 단죄인 ‘전두환 국가장 배제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시민들의 주검이 광주 상무관에 안치돼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전씨는 1997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 확정받았다가 사면복권됐다. 전씨가 주도하던 신군부의 진압으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희생된 민간인은 155명, 다쳤다가 사망한 시민(상이 후 사망자)은 110명이다. 또 행방불명자 81명, 부상자 2461명, 연행구금부상자 1145명, 연행·구금자 1447명, 기타 118명 등 5517명이 신군부의 폭력으로 큰 피해를 봤다.
하지만 전씨는 ‘광주학살’과 관련해 사과는 커녕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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