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상징으로 꼽히는 목포시 산정동 삼학도 일대. 목포시청 제공
전남 목포시가 20년 넘게 복원해 오던 삼학도에 호텔신축을 추진하면서 시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목포시는 다음 달 초순 삼학도 평화누리 유원지 조성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사업 추진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 18일 공모에 참여한 업체 2곳의 사업계획서를 받아 개발계획 내용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평가 중이다.
시는 2026년까지 목포시 산정동 일대 20만㎡(육지 11만㎡, 해면 9만㎡)에 800석 규모의 회의·전시 시설을 갖춘 5성급 관광호텔을 건립하는 등 유원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 5월 사업자를 공모하면서 “삼학도는 동네 주민의 산책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방치돼 있다”며 “기능전환이 없으면 도시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민자를 유치해 목포관광의 핵심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개발을 지지하는 삼학도 관광활성화 추진위는 “이 사업은 삼학도 복원의 완성”이라며 “복원화에 13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됐고, 향후 정비에 400억원이 더 필요한 데도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시 도심개발팀 백무황 팀장은 “현재 절차는 사업 시행자 선정에 앞서 우선협상 대상자를 지정하는 단계여서 절차의 흠결은 없다”며 “우선협상 대상자를 지정해 협의하지 않으면 장기간 미집행 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삼학도지키기 국민운동본부가 목포시의 관광호텔 건립사업에 반대하며 만든 카드뉴스. 목포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러나 시민단체는 목포의 상징을 훼손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삼학도지키기 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부터 목포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삼학도는 목포의 상징이자 마음의 고향”이라며 “복원화 구상대로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삼학부두는 친수공간으로 활용하라”고 요구했다.
목포환경운동연합은 “사업자를 먼저 결정하고 그 업체의 의도대로 도시계획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시가 20년 넘게 진행한 복원사업의 성과를 스스로 전면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작가회의 목포지부도 “국공유재산을 어렵게 98%까지 확보해 놓고는 다시 사유재산으로 팔아넘기려 한다”며 “이 사업으로 공원은 사라지고 호텔만 남게 됐다”고 강조했다.
60~70년대 매립되기 이전 3개의 섬이 뚜렷한 삼학도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삼학도는 1930년대 가수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에 등장하는 등 유달산과 함께 목포의 상징으로 꼽혀온 원도심 동쪽 앞바다의 섬이다.
이곳에는 인근 유달산에서 수련하던 젊은 장수를 사모하던 세 명의 처녀가 그리움에 지쳐서 숨진 뒤 세 마리 학으로 환생했지만 이를 모르는 장수의 화살을 맞고 떨어져 섬들로 바뀌었다는 애틋한 전설이 서려 있다.
산업화 시기인 68~73년 원도심 배후에 부두·창고 등을 짓는 매립사업으로 원형을 잃었다가 노태우 대통령의 ‘공원화 지시’(89년)와 김대중 대통령의 ‘복원화 약속’(98년)으로 2000년부터 복원이 추진됐다. 현재는 산정동 일대 57만㎡에 이난영공원, 평화기념관, 요트계류장, 바다체험관 등이 들어섰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