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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설계자’ 박병규 전 부시장 책 펴내

등록 2021-08-22 18:18수정 2021-08-23 02:05

10대 현장 노동자에서 출발해
대기업 노조 위원장 세차례에
광주 경제부시장까지 삶 담아
“노사관계는 대립적이지만
협조하면 더 많은 이익 낸다”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아논컴퍼니 제공
박병규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 아논컴퍼니 제공

“같은 일을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회색 옷을 입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광주형 일자리’ 최초 설계자인 박병규(57) 전 광주시 경제부시장은 최근 낸 <공장으로 간 철학소년>(아논컴퍼니)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대 때 현장 노동자로 출발해 대기업(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을 세차례나 지냈던 그는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월급을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것에서 불평등을 느꼈다. 어쩌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생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가 시절 박병규 전 부시장. &lt;한겨레&gt; 자료 사진
노동운동가 시절 박병규 전 부시장. <한겨레> 자료 사진

박 전 부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사가 함께 상생하며 일자리도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방안”을 처음 제안했다. 그가 ‘사회통합형 일자리’로 불리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 등에서 여러가지 차별과 불평등을 느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구현해 설립된 자동차위탁전문생산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다음달 15일 신차 양산에 들어간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고, 광주형 일자리 정책의 성공 여부는 “주변 환경보다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 가동 중인 자동차공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전부가 아니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만 늘리자는 게 아니다. 성공을 위해선 지역사회 역량을 총결집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노동관과 내연기관자동차의 한계만 지적할 게 아니라 “‘하나의 작은 불씨를 큰 불꽃’으로 만들어 가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성수 전 광주전남연구원장은 추천사에서 “현장을 잘 알고, 난제를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박 전 부시장을 평가했다. 1981년 고교 시절 교사한테 폭력을 당한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가 구로공단, 창신동 봉제공장 등에서 ‘소년 노동자’로 일했다. 낚시도구 부품공장으로 옮겨 만난 한 선배가 건네준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을 읽고 전율했다고 한다. 그는 “전태일을 알고 가슴이 떨렸다. 그동안 답답했던 게 무언지 알 것 같았다. 노동운동가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현장 노동자로 출발해 기아차노조 광주지회장, 민주노총 금속연맹 광주전남본부장 등을 지낸 그가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을 거쳐 경제부시장에 공모하자 시청 안팎에선 ‘순경이 경찰서장이 되는 꼴’이라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경제부시장에 취임한 뒤 보고를 하러 온 공무원을 서서 맞는 등 ‘겸손한 리더십’으로 호평을 얻었다.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터덕거릴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뚝심을 발휘했던 그는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관찰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려 노력한다. 노사관계는 대립적이지만 상호 협조할 것이 많고, 협조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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