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지난 4월27일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는 전두환(90)씨가 9일 광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출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재판부의 경고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는 9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전씨의 세번째 항소심 공판을 연다. 전씨 쪽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씨가) 내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전씨는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법률대리인의 설명을 들은 뒤, “그러면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5일 4차 공판기일 때 전씨의 법률대리인이 헬기 조종사 등 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려 하자 ‘전씨가 불출석할 경우 그 불이익으로 증거 신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5·18 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에 희생당한 시민들의 주검이 광주 옛 전남도청 앞 상무관에 안치돼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재판부는 전씨가 이번 재판에 출석하면 피고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전씨 쪽이 신청한 증인 채택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재판에서 전씨 쪽 법률대리인은 헬기 조종사와 장사복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 참모장(준장)과 정웅 전 31사단장 등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이번 재판 때 증인 2명을 추가할 예정이다.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의 1995년 6월5일 검찰 진술.
5·18단체(기념재단,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기념행사위원회)는 재판 시작 한시간 전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씨의 사죄를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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