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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시대 사람찾는 농촌 위해 ‘스마트팜’ 계속 전도해야죠”

등록 2021-07-01 20:31수정 2021-07-02 02:34

[짬]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 최연규 팀장
최연규 팀장이 지난 6월24일 김제에 있는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 실용농업교육센터의 유리온실에서 스마트팜 작물재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최연규 팀장이 지난 6월24일 김제에 있는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 실용농업교육센터의 유리온실에서 스마트팜 작물재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보람찾는 농민·제값받는 농업·사람찾는 농촌 등 3가지 즐거움을 뜻하는 전북도의 ‘삼락농정’을 구현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삼락농정’은 스마트팜을 통한 농산물 품질 향상으로 제값을 받아 소득을 올리면 삶에 여유가 생기고, 귀농과 청년창업농이 늘어나 마침내 사람이 찾는 농촌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난 6월말로 정년퇴임한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 실용농업교육센터 최연규(60) 팀장은 교육생들에게 ‘한국 스마트팜의 대들보’로 불려왔다. 그는 2011년 8월 전북 김제시 백구면에 세워진 실용농업교육센터의 산증인이다. 농업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전북 지역의 스마트팜 보급을 위해 센터의 설계·작업·교육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해왔다. 지난달 24일 실용농업교육센터를 찾아 그가 바라보는 한국 농업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1989년 전북대 농업기계공학과 입학
유리온실 자동제어·데이터농업 흥미

2011년 실용농업교육센터 개설 ‘산파’
선진농법 입수해 ‘스마트팜 규범’ 개발
‘청년창업 보육사업’ 높은 수강경쟁률
“공직 마쳤지만 농민들과 현장 지킬 것”

최연규 팀장이 지난달 24일 실용농업교육센터에서 올 5월 스승의 날에 교육생들에게 선물받은 캐리커쳐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최연규 팀장이 지난달 24일 실용농업교육센터에서 올 5월 스승의 날에 교육생들에게 선물받은 캐리커쳐 액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그동안 우리 농업은 관행적으로 경험에 의존했습니다. 매뉴얼에 따라 수치로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데 관행적인 노지재배로는 목표의 극대화가 어렵습니다. 햇볕이 나고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변하기 때문에 온도·습도 등을 제때 맞춰야 합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활용해 하우스의 제한된 공간에서 센서로 계량화한 정보로 생육의 최적조건을 만들어야 시행착오가 없습니다.”

그는 농작물의 연중 생산 시스템이 스마트팜의 최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신선한 농작물을 요구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그에 맞춰 공산품처럼, 높은 품질의 농산품을 일정하게 생산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고교 졸업 뒤 농사를 짓다가 전북대에 농업기계공학과가 신설되자 1989년 뒤늦게 입학했다. 그즈음 국내에도 유리온실재배 기술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는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제어하는 시스템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2006년 전북특성화교육사업단에 참여했다가, 2010년 전북농식품인재개발원에 전문경력관 6급 상당으로 채용돼 실용농업교육센터의 산파 구실을 했다.

“미래의 농업은 경험만이 아니라, 그램(g)·시시(㏄) 등 정확한 수치에 근거한 과학적인 기술에 근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그는 바쁜 농민들을 소집해 실적만 채우는 시·군별 할당식 교육을 지양하고 대신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정확한 수요부터 파악했다. 그런 다음 국내 자료만이 아니라 농업선진국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규범’(매뉴얼)을 만들었다.

최 팀장은 2018년부터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을 시작해 ‘청년창업 1기’를 모집했다. 최근 4기 교육생을 모집했는데 3.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현재 20개월 교육기간을 마친 1기생 중에서 2명이 창업을 앞두고 있다.

그의 스마트팜 강의는 늘 호평을 받았다. 1기 교육생의 96%는 그가 강의한 ‘스마트팜, 변화하는 세계농업’ 과목에 관해 “실제 영농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서울에서 김제로 귀농한 한 교육생은 “다른 지역 교육생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는데, 이곳에는 실습을 할 수 있는 선도 농가도 많고 교육환경이 너무 좋다. 농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데, 현장형 교육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3기 교육생들이 그에게 캐리커처를 담은 액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최 팀장은 “교육을 마친 한 여성 농민이 ‘이제는 자기주도적 농업을 하고 있고, 그 덕분에 삶도 달라졌다’고 말했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의 반대나 확신 부족 등으로 중도 포기하려는 청년 교육생들을 설득해 농업으로 이끌었을 때도 보람이 컸다고 덧붙였다. 그런 공로로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표창, 국무총리실 선정 우수공무원, 전북도지사 표창 등을 받았다.

최 팀장은 공무원으로서 퇴직을 할 뿐 스마트팜 교육 활동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단순한 노지재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스마트팜은 예측불가능한 기후변화에도 적응이 가능합니다. 일조량이 적은 러시아와 사막이 많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세계적인 추세인 스마트팜을 통한 데이터 농업이 가능하도록 민간영역에서도 농민 교육을 계속하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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