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여성단체 등이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실 성범죄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특보는 당직자가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을) 지역사무실 성범죄 사건 피해자 ㄱ씨를 만난 광주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30일 “피해자가 지난 16일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서 상담하면서 ‘가해자가 당직자가 아니어서 처벌(징계)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말을 들은 뒤) ‘중앙당에 호소했는데도, 잘 안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한 심리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ㄱ씨는 6월14일 보좌관을 통해 양 의원에게 성범죄 피해 사건을 알렸다. 양 의원의 외사촌인 지역사무실 특보(선거 당시 회계 책임)가 ㄱ씨를 상대로 성범죄 의혹을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양 의원은 곧바로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이 사안을 보고했고, 윤 원내대표는 16일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에게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ㄱ씨는 16일 중앙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는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이후 설립된 사무총장 직속 당내 기구다. 당 선출직 공직자와 주요 당직자 등의 젠더폭력 신고를 접수해 조사한 뒤 윤리심판원에 넘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는 가해자가 민주당 당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듣고 막막함에 빠졌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과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가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신고센터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당직자가 아니어서 당내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연, 민주당 의원실의 특보는 어디에 귀속되는 것인가. 당의 협소한 규정 뒤에 책임을 미루는 것을 보아, 당내 쇄신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와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시민단체에선 민주당의 안일한 대응이 ‘2차 가해 논란’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지난 14일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22일까지 “성폭행은 없었다”고 부인했던 양 의원은 열흘만인 23일에야 입장을 바꿔 가해자로 지목된 특보를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이날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특보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쪽은 이날 “가해자가 당원이면 조사·징계의 대상이 되는데도 상담 직원이 가해자가 당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잘못 안내해 피해자에게 혼란을 드렸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당 젠더폭력상담센터 직원이 1차 피해자 대면 상담 때 ‘가해자가 당직자가 아니어서 제명이나 처벌 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라고 안내한 게 맞다”며 “이후 2차 전화 상담 때 가해자가 당원이라는 것을 알고 당원에 대해서는 신고와 징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정대하 서영지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