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남 여수시청에 모인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 공무원 등이 여순사건 특별법이 통과되자 환호하고 있다.여수시청 제공
여순사건 진상규명의 길이 73년 만에 열리자 유족과 시민사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29일 국회에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여순사건 특별법)을 통과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함께 본 서장수 여순사건 여수 유족회장과 김병호 여순사건 시민추진위원회 위원장, 권오봉 여수시장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서 회장은 “평생 억울한 삶을 살아온 우리 유가족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여수시와 국회의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병호 위원장은 “2019년 7월 처음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수시민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이념적 대립으로 갈등과 반목이 지속했으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이해와 용서로 함께해준 유가족 모두의 승리”라고 밝혔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구체적인 희생자 피해 실태를 국가적 차원에서 규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번에 반영되지 않은 배상‧보상 문제는 추가로 입법이 논의되도록 노력하겠다.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후속 사업도 신속하고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여순사건 때 순천시 외서면 월평리에서 아버지가 희생당한 박병찬(75)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6대 국회부터 계속 법안이 발의만 되고 폐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등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받을 때 많은 소외감이 들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소병철 등 지역 의원들이 의지를 갖추고 법 제정에 노력해줘 고맙다. 지금까지는 유족들이 ‘빨갱이 자식’이라는 누명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았는데 한사람이라도 빠짐없이 명예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여순10·19의 실체적 진상규명과 더불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의 첫 실마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의는 무척 크다. 이번 법 제정은 종결점이 아니라 시작이다. 광주 5‧18이나 제주 4‧3에 비견되는 역사적 진실규명의 노력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도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유족 상처와 한을 씻어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수시는 30일 특별 제작한 여순사건 특별법안명이 기재된 족자를 만성리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제단에 올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랠 예정이다.
다음 달 5일 오후 2시에는 여수박람회장 엑스포홀에서 법 통과 경과보고, 명예시민증과 감사패 수여, 축하 공연 등 여순사건 특별법 통과 환영 행사를 열 예정이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제14연대 일부 군인 2000여명이 제주 4‧3사건 진압을 반대하면서 봉기한 사건으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민간인, 군‧경 희생자가 1만1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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