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도 지나지 않은 자녀 2명을 잇달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부부가 살인 부분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조영기)는 두 자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아무개(26)·곽아무개(24)씨 부부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숨진 자녀를 몰래 땅에 묻고, 학대한 혐의(사체은닉, 아동복지법 위반 등) 등에 대해서는 황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곽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황씨에게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40시간), 곽씨에게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40시간)을 각각 명령했다.
황씨는 2016년 9월14일 강원 원주의 한 여관에서 생후 5개월이던 딸을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데 이어, 2019년 6월13일 생후 9개월이던 아들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됐다. 곽씨는 남편이 아들의 목을 누를 때 말리거나 구호 조처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기소됐다.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30년, 곽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고의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딸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나서 이불을 덮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평소 딸을 매우 아꼈고, 곧바로 이불을 걷어 주려다 자신도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딸이 숨진 뒤 슬퍼하면서 자살을 시도한 점 등에 비춰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아들의 경우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다소 부적절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로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내 곽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남편이 아들에게 가한 물리력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한 데다 아들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고, 유기의 고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뺀 아동학대, 사회보장급여 부정 수급 등에게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 부부는 렌터카, 여관 등을 전전하며 숨진 자매뿐 아니라 큰아들(5)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학대를 하고, 딸이 숨진 뒤 3년여 동안 관할 기관에 알리지 않고 57차례에 걸쳐 아동·양육 수당 710만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도 받았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춘천지방법원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