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n)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의 재판이 진행된 31일 춘천지법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이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성년자 등에 대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엔(n)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ㄱ군(19·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이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31일 오전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원두) 심리로 열린 속행 재판에서 모습을 드러낸 ㄱ군은 앳된 모습의 고교생이었다. 변호인 쪽은 ㄱ군 등이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영상 가운데 일부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날 재판에서는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ㄱ군은 “네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ㄱ군 등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고, 증거 조사를 위해 한 차례 재판을 더 열기로 했다. 이들과 범행을 공모한 일당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돼 이날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검거된 시기와 기소된 시점이 달라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ㄱ군 등의 다음 재판은 5월1일 오전 11시10분 열린다.
이날 ㄱ군 일당의 재판이 진행된 춘천지법 정문 앞에는 여성단체 회원 등이 나와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했다. 김성숙 여성긴급전화1366강원센터장은 “엔번방 운영자는 물론 사건을 방조한 이용자 모두가 공범이며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건강한 사이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올바른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닉네임이 ‘로리대장태범’인 ㄱ군 일당은 ‘갓갓’의 엔번방과 비슷한 ‘제2의 엔번방’을 운영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아동 성착취 영상물 제작과 강요, 배포 등이다.
이들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해 이 가운데 일부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여중생 3명으로 파악됐으며, 이들 일당은 피싱 사이트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성착취 영상을 찍는 등의 수법으로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엔번방의 창시자격인 ‘갓갓’이 잠적하자 갓갓의 ‘엔번방’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피싱사이트 제작과 피해자 유인·접촉, 피해자 협박 등 각각 역할을 분담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엔번방을 ‘갓갓’에게 물려받아 운영한 ‘켈리’의 항소심도 4월22일 오후 2시40분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켈리의 항소심 공판은 지난 3월27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검찰의 변론 재개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연기됐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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