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가 15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에프시(FC) 전용구장 건립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혁 기자
강원에프시(FC) 전용구장 건립을 놓고 춘천과 원주, 강릉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가 건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15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열망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 부채가 꽤 된다. 강원도 재정으로는 감당할 여력이 없다. 재정을 건전화시킨 뒤에야 재검토할 수 있다”며 전임 최문순 강원지사 때부터 추진한 전용구장 건립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지사는 또 “도민축구단 홈경기는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도민 일체감 조성과 강원도 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창단 취지를 살리고 보다 많은 도민이 관람하고 지역 화합을 위해 현재처럼 순회 개최하는 것이 도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도민구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넓은 마음으로 수용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강원도는 구단이 전용구장이 없어 홈경기를 춘천과 강릉, 원주, 평창, 속초 등에서 분산 개최하는 등 홈경기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해 경기력 저하와 성적 부진 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전용구장 건립을 추진해왔다. 2019년 8월에는 대구에프시(FC) 전용구장을 찾아 시설을 견학했으며, 2020년 5월부터 11월까지 8060만원을 들인 연구용역을 진행해 관객석 1만1000석 규모로 신축하면 536억원(부지 제외), 기존 시설 변경시 248억원(보조경기장)·98억원(종합운동장)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김진태 강원지사가 취임한 이후 강원도가 전용구장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자 그동안 추진위를 만들고 세부계획을 수립한 지자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지방채 발행 금지를 선언하는 등 1조원이 넘는 채무를 임기 중 4000억원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강원에프시축구전용구장 원주시유치추진위원회는 즉시 성명을 내어 “강원에프시가 파이널에이(A)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강원도가 전용구장 건립 계획을 무산하는 것은 선수단 사기 저하와 강원에프시를 응원하는 도민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며, 축구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18개 시·군 공모를 거쳐 당장 전용구장 건립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선 춘천시강원에프시전용구장추진위원도 “강원도가 매번 ‘돈 없다’고 하는데, 이건 도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예산의 관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 강원도 빅3 도시가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이는 탈락한 2개 도시 표심을 우려한 조처다. 서명운동 등 시민들의 열망을 알리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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