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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6박7일 학교 지킨 당직원, 식비 4600원에 공짜노동 일쑤

등록 2022-09-15 08:00수정 2022-09-15 18:03

추석 등 연휴 때 최장 11박12일 당직
24시간 있어도 6~9시간 만 노동 인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6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학교당직전담원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모습.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 6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학교당직전담원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모습.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출근한 회사에서 6박7일 있어봤나요? 남들은 명절이나 연휴만 기다린다고 하는데… 힘이 쭉 빠지네요.”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당직전담원으로 일하는 송원영(57)씨는 추석과 설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올해 설 연휴 때는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6박7일 동안 학교에 머물러야 했다. 이 기간 송씨는 빵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하루 평균 식사비로 4600원 정도가 지급되는데 이 돈으로는 제대로 된 음식을 사 먹기 힘들뿐더러 명절 때는 영업하는 식당조차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추석 연휴 때는 대체인력을 구해 명절 하루는 쉴 수 있었다. 송씨는 “추석은 이렇게 지나갔는데 다음달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 때는 4박5일 동안 꼼짝 못 하고 학교에 머물러야 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했다.

학교당직전담원은 교직원들이 퇴근한 뒤부터 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학교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다. 전국 시·도 교육청 관할 학교와 기관 등에서 94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시·도 교육청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지만, 대체로 평일에는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16시간 동안 학교에 머문다. 휴일엔 24시간 학교를 지킨다. 이 때문에 주말이면 3박4일 근무가 일상이며, 명절과 연휴 등이 겹치면 더 오랜 시간을 연이어 근무해야 한다. 2017년 추석 때는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겹치면서 11박12일 동안 학교에 머물러야 했던 적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분류돼, 일한 만큼 노동시간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휴일에 24시간 머물러도 6~9시간만 노동시간으로 간주된다. 나머지 시간은 사실상 ‘공짜 노동’인 셈이다. 휴일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과 전남은 아예 보장된 휴일이 없다. 대구·울산은 ‘월 2회 무급’ 휴일만 주어진다. 광주는 ‘주 1회 무급’, 강원은 ‘공휴일 유급’, 서울은 ‘월 4회 유급’ 휴일이다.

송씨는 “휴일에는 24시간, 평일에도 8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학교에 고스란히 바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한달 평균 180만원(세전)이 전부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비상식적인 노동을 시키는 직업은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이열우(56)씨도 “남들은 당직실만 지키고 있으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건물과 운동장 순찰부터 각 교실 문단속과 전원 확인 등 시간대별로 정해진 매뉴얼이 있어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 가족수당과 교통비, 장기근속수당 등도 남의 얘기”라고 했다.

민동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총무국장은 “학교당직전담원도 연휴 기간 쉴 수 있는 휴일 보장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나온 대로 월평균 4회 이상의 유급휴일은 물론, 하루 8시간 이상의 노동시간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도 2014년께 각급 교육청에 “적정한 근로계약을 맺어 노동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시·도 교육청은 법적 문제는 없다며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시·단속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휴일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학교당직전담원의 처우 개선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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