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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뉴스 대신 독자 후원…‘비영리 언론’ 대안 될 수 있을까

등록 2022-07-15 15:56수정 2022-07-15 16:13

<텍사스 트리뷴> 직원 80명 중 50여명 취재인력
“주주 아닌 주민 위한 기사 생산에 집중하는 구조”
존 조던 &lt;텍사스 트리뷴&gt; 행정·사진에디터가 비영리 언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존 조던 <텍사스 트리뷴> 행정·사진에디터가 비영리 언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수혁 기자

202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이 발표한 ‘사라지는 신문, 언론 사막화 확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신문사는 2004년 약 9000개에서 2019년 말 약 6700개로 줄었다. 구독자 감소와 광고 수입 감소, 제작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신문사가 무더기로 문을 닫는 ‘멸종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특히 미국은 3143개의 카운티(군)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일간지가 한 개도 없는 카운티가 전체의 3분의 2 정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 1월 ‘미국 3대 도시’인 시카고의 양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선타임스>가 비영리 신문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종이 신문 가운데 가장 큰 비영리 언론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미국에선 <솔트레이크 트리뷴>이 2019년 주요 일간지 가운데 가장 먼저 비영리 신문으로 전환했다. 이 밖에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로 유명한 <프로퍼블리카> 등도 대표적인 비영리 언론사다.

이름조차 생소한 ‘비영리 언론’이 언론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달 6일부터 16일까지 미국 텍사스에서 진행한 ‘2022년 디플로마 로컬저널리즘 해외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미국 텍사스 지역의 대표적인 비영리 언론인 &lt;텍사스 트리뷴&gt;의 뉴스룸 모습. 박수혁 기자
미국 텍사스 지역의 대표적인 비영리 언론인 <텍사스 트리뷴>의 뉴스룸 모습. 박수혁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트리뷴>을 찾았다. 이 매체도 텍사스 지역을 대표하는 비영리 언론사 가운데 한 곳이다. 2009년 벤처 사업가 존 써튼과 <텍사스 먼슬리 > 편집장 출신 에반 스미스, <텍사스 위클리> 소유자인 로스 램지 등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재정난을 겪은 대부분의 언론이 폐간하거나 기자들을 대규모로 감원한 탓에 텍사스 주정부와 주의회 등에 대한 뉴스가 눈에 띄기 줄어든 때였다.

소수 정예로 시작한 <텍사스 트리뷴>은 현재 8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45~50여명이 취재 인력이다. 뉴스 콘텐츠는 무료로 운영하는 대신 독자·기업 후원과 재단 기부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교적 신생 매체지만 창간 이후 에드워드 아르(R) 머로 상을 세 차례나 받았고 미국 탐사기자·편집인협회상, 온라인뉴스협회의 온라인 저널리즘상 등을 수상하는 등 경쟁력 있는 매체로 성장했다.

존 조던 <텍사스 트리뷴> 행정·사진 에디터는 <한겨레>와 만나 “대기업 언론사는 주주가 원하는 기사를 써야 하지만 우린 다르다. 주민들과 독자에게서 돈이 나온다. 주주 등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을 위한 기사만 쓸 수 있다. 그러면 시민들이 고맙다고 구독하거나 기부한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13년 동안 쭉 성장해왔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1865년 창간한 &lt;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gt;의 마르크 뒤부아인 편집장이 미국 언론의 위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만부를 발행하던 &lt;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gt;는 현재 5만부 이하로 떨어졌으며, 경쟁지인 &lt;샌안토니오 라이트&gt;가 문을 닫자 본사 건물을 팔고 &lt;샌안토니오 라이트&gt; 건물로 사옥을 이전했다. 박수혁 기자
1865년 창간한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의 마르크 뒤부아인 편집장이 미국 언론의 위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만부를 발행하던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는 현재 5만부 이하로 떨어졌으며, 경쟁지인 <샌안토니오 라이트>가 문을 닫자 본사 건물을 팔고 <샌안토니오 라이트> 건물로 사옥을 이전했다. 박수혁 기자

앞선 지난달 8일엔 <샌안토니오 헤론>도 방문했다. 이 매체도 샌안토니오 도심의 개발 문제 등에 특화된 비영리 언론사다.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벤 올리보 편집장은 2018년 퇴직금을 쏟아부머 이 매체를 만들었다. 샌안토니오는 미국 안에서도 부유한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격차가 심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낙후된 구도심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 이전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샌안토니오 헤론>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해 지역 사회에서 명성을 얻었다.

벤 올리보 편집장은 “우리는 속보 등 일반적인 뉴스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매주 1개의 주제를 정해 집중 분석해서 3~4개의 심층적인 기사를 쓰는 데 집중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오로지 주민을 위한 기사를 쓰는 데 힘쓴다”라고 말했다.

<샌안토니오 헤론>과 같은 비영리 언론이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은 2009년 출범한 비영리언론협회(Institute for Nonprofit News) 등과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언론협회는 ‘뉴스 사막화’가 탐사보도 붕괴 등 저널리즘·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출범했다. 2008년 이후 찾아온 언론의 위기를 기존의 ‘광고 수익 모델’이 아니라 ‘후원 등에 기반을 둔 비영리 모델’로 넘어서려는 취지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소액 후원자를 모으는 ‘뉴스매치’라는 이름의 모금 캠페인이다. 개인 후원자가 언론사에 기부하면 페이스북 등과 같은 재단이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2018년 기준 150여개 비영리 언론사가 뉴스매치에 참여해 90억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얻었다. <샌안토니오 헤론>도 뉴스매치에 재정의 70% 정도를 의존하고 있다. 비영리 언론사는 광고 등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수익을 주주나 이사회가 가져갈 수 없다. 모든 수익은 뉴스 제작에 다시 투입된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1873년부터 조간신문을 발행한 149년 전통의 &lt;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gt;의 토니 플로헤즈키 탐사보도기자가 신사옥 뉴스룸을 소개하고 있다. &lt;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gt;은 재정난 탓에 기존 사옥과 윤전기까지 팔고 시 외곽에 신사옥을 지어 이사했다. 박수혁 기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1873년부터 조간신문을 발행한 149년 전통의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의 토니 플로헤즈키 탐사보도기자가 신사옥 뉴스룸을 소개하고 있다.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은 재정난 탓에 기존 사옥과 윤전기까지 팔고 시 외곽에 신사옥을 지어 이사했다. 박수혁 기자

앤지 모크 <샌안토니오 리포트> 발행인은 “샌안토니오 지역도 2000년 이후 수많은 신문사가 문을 닫았다. 언론이 줄면서 주민들의 정치 참여율과 지역 관심도 함께 줄어들었다. 그래서 언론사를 만들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2016년 비영리 언론으로 전환한 뒤 오히려 매출이 더 늘었다. 이제는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주민을 위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안토니오 리포트>도 수입의 58.3% 정도를 재단과 기업, 기부 등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비영리 언론이다.

강석 미국 텍사스대(샌안토니오)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비영리 언론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론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회원과 기부, 기금,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언론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다. <텍사스 트리뷴>과 <샌안토니오 리포트> 등이 그런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위기의 한국 언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로컬저널리즘 과정’의 하나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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