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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보존 약속 어디로…춘천 레고랜드 ‘개장식 충돌’ 우려

등록 2022-04-26 04:59수정 2022-04-26 08:26

5월5일 개장 앞뒀는데, 청동기 고인돌 등 강변에 몇년째 ‘방치’
“강원도, 보존 약속 어겨” 시민단체 등 소송·개장 저지 추진
강원도 춘천에 조성된 레고랜드가 5월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을 앞두고 불법 개장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도 춘천에 조성된 레고랜드가 5월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을 앞두고 불법 개장 논란에 휩싸였다.

25일 오후 강원 춘천시 의암호의 섬 중도에 건설된 레고랜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인근 강변에는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가 2m 높이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 이 비닐하우스 안에는 오래된 돌조각들이 검은 가림막에 덮여 있다. 이 돌조각들의 정체는 2000~3000년 전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기 고인돌과 고구려 시대 돌덧널무덤 등의 파편들이다. 원래는 레고랜드 터에 있었는데, 매장문화재 발굴이 진행된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이곳으로 옮겨져 지금껏 방치되고 있다.

5월5일 어린이날 정식 개장을 앞둔 레고랜드가 불법 개장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만들어 출토 유물을 보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개장을 코앞에 둔 지금도 착공조차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동기 시대 석재를 보관 중이라는 팻말 너머로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청동기 시대 석재를 보관 중이라는 팻말 너머로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당초 강원도는 2018년 보도자료를 내어 레고랜드 옆 11만㎡ 규모의 터에 100억원을 들여 ‘중도 선사유적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중도에서 발굴된 지석묘와 환호 등을 복원해 중도 선사유적 테마파크에 청동기 마을을 재현하고, 청동기시대 들판을 조성해 중도의 역사를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또 레고랜드 개장보다 앞선 2020년 12월 이전에 선사유적 테마파크를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업은 현재 사업비 281억원을 들여 9만5130㎡의 터에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짓는 사업으로 변경됐다.

사업 계획을 밝힌 뒤로 3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유적 관련 사업은 현재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281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유적공원 등을 건설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으니 이를 이행하지 않고 레고랜드를 개장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최문순 강원지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청동기 유적지로 평가받는 중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대신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을 유적공원과 박물관을 건설해 보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며 “애초부터 선사유적을 보호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레고랜드 인근 비닐하우스에 청동기 고인돌과 고구려 시대 돌덧널무덤 등이 방치돼 있다.
레고랜드 인근 비닐하우스에 청동기 고인돌과 고구려 시대 돌덧널무덤 등이 방치돼 있다.

하지만 강원도와 문화재청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적공원과 전시관을 조건으로 레고랜드 사업을 승인한 것은 맞다. 하지만 레고랜드 개장 전 유적공원 및 전시관 완공 등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강원도가 2023년까지 유적공원을, 2025년까지 박물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으니 이를 점검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은 문화재청이 유적공원과 박물관 완공 전에 레고랜드 개장을 묵인한다면 문화재청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 법적 다툼과 함께 개장 저지 투쟁에 나설 태세다. 자칫 어린이날 레고랜드 앞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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