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사관학교 공군박물관이 소장한 ‘공군사관학교 제1기 졸업생 첫 출격 서명문 태극기’. 문화재청은 이 태극기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5일 공군사관학교 1기 출신 조종사들의 기지 배치·출격을 앞두고 장행회라는 환송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공사 1기 83명을 떠나보내는 공사 2기 141명 등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2기 박재성 생도는 1기 천영성 선배에게 태극기를 선물했다. 태극기에는 ‘축초출격 선배 천영성 중위’, ‘임전무퇴’, ‘조국통일’ 등의 문구를 새겼다. 당시 후배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훈련 과정을 마치고 조종사가 된 선배들에게 직접 서명한 태극기를 어깨에 메어 주며 조국 영공 수호와 안전 비행 등을 염원했다.
1949년 6월 입교한 공사 1기는 의열단·광복군 등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했던 최용덕(1898~1969) 장군 등이 양성했다. 최 장군은 한국전쟁 때 공군사관학교장, 공군참모총장을 맡아 우리 조종사를 양성했고, 휴전 때까지 항공작전을 총괄했다.
태극기를 선물 받은 공사 1기 졸업생들은 장행회 9일 뒤인 12월14일 첫 출격했고, 태극기를 선물 받았던 천 중위는 이듬해 휴전할 때까지 62차례 출격했다. 천 중위는 공군 소장으로 예편해 11·1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9년 숨졌다.
최근 문화재청은 충북 청주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안 공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공군사관학교 제1기 졸업생 첫 서명문 태극기’(가로 89㎝, 세로 55.5㎝)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다음 달 2일까지 관보를 통해 등록 예고한 뒤 8월 초 국가 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
강창부 공사 박물관장은 “이 태극기는 대한민국 공군이 공사라는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배출한 조종사를 실전에 투입하는 역사적 순간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공군사관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