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문화재 자료 97호로 지정된 ‘백의관음보살후불도’. 문화재청 누리집
충북 문화재 자료 97호로 지정된 ‘백의관음보살후불도’가 도난 논란에 휩싸였다. ‘백의관음보살후불도’는 1904년 화승 금호 약효가 그린 불화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청주 보살사 등은 31일 “충북도가 지난 3월 문화재 자료 97호로 지정한 ‘백의관음보살후불도’는 보살사가 소장하다 잃은 문화재다. 문화재 반환 등 제대로 된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살사는 문화재청에 문화재 도난 신고를 하고 문화재 반환을 요구했으며,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조사에 나섰다. 이규일 보살사 사무장은 “지난 1월 신임 주지 스님이 취임한 뒤 사찰 성보(사찰 유물) 목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백의관음보살후불도’ 등이 분실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계종에 알리고 문화재청에 신고한 뒤 반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백의관음보살후불도’는 청주 운용사(태고종) 소유다. 운용사 원근 스님은 “애초 이 후불도는 보살사 안 자운암에 있던 것으로 자운암을 철거하면서 자운암 주지 스님한테서 기증받았고, 보살사 주지 스님이었던 종산 스님이 써준 기증 사실 확인서도 있다. 입적한 자운암 주지 스님의 유족 등도 사실을 알고 있다. 도난 문화재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운용사는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보살사 주지 종산 스님의 직인 등이 찍힌 사실 확인서도 충북도 등에 제출했다. 하지만 보살사 등은 이 사실 확인서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살사 이 사무장은 “당시 종산 스님은 치매 등으로 정상적 활동이 어렵던 시기였다. 사실 확인서는 스님의 자발적 의지가 아닌 강제 날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시 보살사 총무 스님으로 일하던 원각 스님은 “종산 스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은사로 모신 스님 대신 제가 일 처리를 했다. 후불도 등 중요한 유물이 포함된 것을 모르고 종산 스님 명의의 기증 사실 확인서에 직인을 찍은 사실이 있다. 당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잘못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재 지정에 앞서 청주시, 충북도 등이 제대로 확인을 해야 했는데 아쉽다. 문화재 지정 뒤 보호를 위해 소유 사찰 등이 추가 사업을 할 수 있고, 관련해 정부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윤 충북도 문화재팀장은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청주시 문화재 담당이 후불도 소유 등과 관련해 사찰과 관계자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고, 문화재 지정 예고 기간에도 문제 제기가 없었다. 소유 논란이 있고, 문화재청에서 조사하는 만큼 지켜본 뒤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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