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도써도 줄지 않고, 쓰면 쓸수록 새 물건이 채워지는 화수분 같은 보물 냉장고가 있다. 충북 옥천통합복지센터에 있는 ‘나눔 냉장고’다. 지난 2일 복지센터가 문을 열면서 등장한 냉장고는 20일 만에 지역명물이 됐다.
나눔 냉장고는 ‘기부’와 ‘나눔’의 상징이다. 옥천군 희망복지지원단, 옥천지역자활센터, 옥천푸드뱅크 등에서 협력·관리하지만 실제 주민자율로 운영된다. 누군가 기증한 물품을 냉장고에 넣어 두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가구 등이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꺼내 갈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여파로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진 위기 가정도 이용할 수 있다.
정부·자치단체 등의 관리에서 빠진 위기 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 구실도 한다. 월~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문이 열려 있는 시간에 들러 물품을 꺼내 가고 이름과 연락처만 남기면 된다. 지금까지 하루 평균 20명 이상, 총 350여명이 나눔 냉장고를 이용했다.
주민·기업·교회 등과 옥천푸드뱅크 소속 단체 등의 기증이 줄을 이으면서 냉장고엔 떡국 떡·음료수·고기·달걀·즉석요리 식품 등 물건이 가득하다. 현금을 기부하면 쌀·라면 등으로 바꿔 냉장고 옆에 쌓아두고, 필요한 이들이 가져가게 한다.
옥천군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043-730-3343)은 현금·현물 등 기부 물품을 모으고 있다. 황승일 희망복지팀장은 “한번에 7천원, 한달에 두차례 정도 이용하는 기준을 마련했는데 모두 잘 따르고 있다. 조금 더 가져가도 말리진 않는다. 기부가 퍼져 나눔 냉장고가 더 풍성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옥천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