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 수사관들이 19일 오전 투기 혐의를 받는 세종시청 공무원의 수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세종시청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19일 공무원의 투기 혐의를 잡고 행정안전부와 세종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세종시가 공무원 투기는 없다고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충남경찰청은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5분까지 5시간여 동안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와 보람동 세종시청사 등 8곳에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 소속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경찰은 세종시청 산업단지·개발·토지정보 담당 부서와 시의회 등에서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결재서류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세종시 개발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간부급 공무원 ㄱ씨가 개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중개업자를 통해 세종시 관내 읍·면 지역 토지를 사들였다는 제보가 있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ㄱ씨가 산 땅을 중개한 세종시 신도심의 부동산중개업소 두곳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여 토지거래 장부와 전자우편 계정 등을 확보했다.
수사 관계자는 “ㄱ씨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제보가 있어 내사해 오다가 부패방지와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며 “연서면 스마트국가산업단지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압수수색은 행안부 직원인 ㄴ씨가 ㄱ씨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전해졌다.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와 주변지역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세종경찰청도 이날 수사과 소속 수사관 10여명을 동원해 세종시청을 압수수색을 했다.
지방경찰청 두곳에서 동시에 압수수색을 받은 세종시청 쪽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전날 류임철 행정부시장이 “부동산투기 특별조사를 했으며, 소속 공무원들의 투기는 없다”고 밝힌 직후 압수수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류 부시장은 18일 언론에 투기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 소속 공무원과 산단 업무 직계 존·비속에 대해 투기 여부를 조사했으나 자진신고자 외에는 부동산 매입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세종시는 “지난 13일 시청의 공무직 1명이 시 신고센터에 ‘2018년 2월 연서면 와촌리의 땅을 구매했다’고 자진신고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연서면 와촌리 일대는 지난 2018년 8월 국가산단 조성이 발표되기 전 토지거래가 많이 늘어나더니 조립식 주택 수십채가 지어지고 농지에 묘목이 식재돼 세종시의 대표적인 투기지역으로 꼽힌다. 시는 “공무직은 공무원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공무직의 남편과 시동생이 세종시 소속 공무원이어서 내부정보를 활용해 땅을 샀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광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건설한 계획도시에서 그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땅 투기를 했다면 공공정보를 악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탐관오리일 뿐이다”라며 “수사기관은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고, 정부는 투기 방지대책을 마련해 신속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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