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충북 음성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음성군 제공
충북 음성의 메추리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당국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농가의 메추리 72만6천마리와 이웃 농가 닭·오리 27만 마리 등 100만 마리를 매몰 처분하기로 했다.
8일 충북도와 음성군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음성 금왕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이 농장에선 지난 7일 메추리 3천여마리가 집단 폐사했으며, 진단검사 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형으로 확인됐다. 전파속도와 치명률이 높은 고병원성이어서 주변 농장 등에도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도와 음성군 등은 지난 7일 밤부터 이 농장의 메추리 72만6천마리를 예방적으로 매몰 처분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추가 정밀조사 결과 8일 밤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서 이 농장 반경 3㎞ 안 4곳 농가의 닭·오리 27만3천마리도 매몰 처분 조처에 들어갔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는 9일 밤 11시까지 충북지역 가금농장, 축산시설, 축산 차량 등의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확산 차단에 힘쓰고 있다.
이 일대는 닭·오리 축산농가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이 농장 반경 10㎞ 안에는 55농가에서 닭·오리·메추리 등 380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들 농장은 30일 동안 이동 제한 조처가 내려졌으며, 음성 전역의 모든 가금 농장도 7일 동안 이동이 제한된다. 김원설 충북도 AI방역팀장은 “충북지역 모든 농가를 전화 예찰했다. 지금까지 이상 징후는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추가 발생 추이에 따라 닭은 간이 검사, 오리는 정밀 검사를 진행해 발병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음성의 한 농가에서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자 방역 당국이 이동 제한 등 확산 차단에 힘쓰고 있다.
충북은 추가 확산을 막는 선제 조처로 ‘오리 휴지기제’를 추진할 참이다. 오리 휴지기제는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피해가 우려되는 농가와 협의해 일정기간 오리 사육을 중단하는 조처다. 충북은 지난 2016년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으로 85농가에서 390여만마리의 닭·오리를 매몰 처분하는 등 피해가 커지자, 이듬해 오리 휴지기제를 시행해 조류인플루엔자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효과를 봤다.
충북지역은 553농가에서 닭·오리 등 2744만3천여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29농가 156만1천여마리가 오리다. 김 팀장은 “전북 정읍,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 등에 이어 음성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해 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추가 확산을 막는 선제 조처로 오리 농가가 신청하면 휴지기제를 받아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 정읍,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 등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충북도 등이 청주·음성·진천·증평 등에 걸쳐 있는 미호천·무심천·보강천 등 철새도래지 6곳에서 드론 등을 활용한 방역에 나섰다.
충북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 철새에서 전염한 것으로 보고 청주·음성·진천·증평 등에 걸쳐 있는 미호천·무심천·보강천 등 철새도래지 6곳에 통제 초소를 설치했으며, 무인헬기·드론·살수차 등을 동원해 소독에 나섰다. 김성식 충북도 농정국장은 “정부와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최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야생 조류의 분변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역 장비, 인원 등을 총 동원해 소독과 차단 방역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 음성군 제공